호수가를 거니는 운치가 작지 않았다 목교 뿐 아니라 추월산 상봉이 어우러졌다 마치 방문객들에게 멋짐을 시위하는 듯했다

[문득여행] 담양호
호수 일주도로 돌며 힐링…구불구불 산골마을 답사
과녁바위산과 비네산 자락 수변산책로 풍경 ‘일품’
목교 건너고 연리지나무 구경하며 숲 향기에 취해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8월 30일(일) 15:49
(2020년 9월호 제88호=고선주 기자)‘늘쌍 가고 싶은 곳 들려오면/칡넝쿨로 옥죄인 가슴 느슨해지고/뒷걸음치던 일상이 스르르히 돌아서/푸릇푸릇 생기 돋는 곳/이제야 알았네 한낮이 설핏해서야//담양호에 우리 어머니 계셨네/별이 잠들도록 가난을 절구질하여/한 많은 보릿고개 얼기설기 넘더니/끝내 천수 다 하지 못하고 멀리 떠나신/어머니 거기 햇살처럼 살아 계셨네//하늘엔 난데없는 먹장구름 된바람/번쩍이는 불칼에 심신을 갈가리 찢겨/일손 놓치고 몸서리만 치다/오늘도 버릇처럼 찾았네//보았네 어머니 자애로운 얼굴/기도하는 모습 호수에 아른거리더니/찰랑찰랑 내 마음 꿰뚫어 읽고는/추욱 처진 어깨를 다독여 주셨네//물이 산을 못 오르고/산이 물을 못 건네니/허황한 꿈으로 별을 보지 말고/늘발 앞 물구덩이 명심하란 말씀/조건조건 눈부신 물결로 일러주셨네//돌아서려자 항상 속 깊이 지니고 살라며/깊고 넓고 푸른 호수의 거울/앙가슴에 꼭꼭 안겨 주시고는/벼슬재를 넘어설 때까지 손사래 치셨네.’
강대실 시인의 시 ‘담양호’다. 이 시는 ‘담양호에 어머니 계셨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전남 담양 용면초등학교 총동문회 때 발표한 듯하다. 고향과 어머니, 그리고 그곳에서의 삶이 투영돼 있다. 남도 농촌살이가 어디 고되지 않은 곳이 있었을까마는 이 시에서의 화자 역시 곤궁했던 삶의 편린들을 드러낸다. 어머니도 힘드셨을텐데 자식놈을 위해 희생적 삶을 사시다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스며 있다. 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으나 담양호 인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유추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담양호는 장성호와 광주호, 나주호와 함께 1970년대 축조된 대표적 수리시설의 하나다. 농도 남도들녘의 가뭄해결과 홍수 방지를 위한 수리시설 역할을 수행해왔다. 시에서 나오는 용면은 담양호가 소재한 지역의 명칭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저수지로 기능을 해왔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방문객들의 힐링을 위한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광주에서 30여㎞ 떨어진 담양호는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담양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지친 일상을 달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긴다. 요즘처럼 30도가 넘는 날이 많을 때는 물놀이 시설과 호수에 조성된 둘레길이 인기다.
두 군데가 성업 중이었다. 담양호를 찾아가던 지난 8월16일은 33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다. 담양호를 방문하기 전 명산으로 꼽히는 병풍산 한재골을 향했다. 한재골은 잊힐만하면 들르는 곳이다. 해마다 다르지만 어떤 해는 횟수로 따졌을 때 무등산보다 더 찾았던 듯하다.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다 풍경산수가 출중해서다. 광주 인근에 이런 준령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강원도처럼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평야 지대가 많은 지역에서 마치 강원도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는 의미에서의 준령을 말한다.
모처럼 아이와 함께 떠나는 길이었다. 어딜 간다고 하면 미리 맛집부터 검색하는 딸 아이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병풍산 한재골로 향했다. 한재골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를 진입해 가다가 도시 고속화 도로같은 노선으로 빠져 달리면 비교적 쉽게 도착할 수 있다. 지방도라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못지 않은 길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지열이 눈에 들어왔다. 한재골 초입 언덕배기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일대를 조망하고 나서 20여㎞를 달려 담양호에 이르렀다.
01 담양호 물놀이장 02 연리지 나무

이동하는 동안 담양읍을 거쳤다. 담양읍을 관통해 죽녹원과 관방제림을 지나쳤다.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많지 않지만, 명승지 답게 그날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죽녹원이나 관방제림은 담양 명승지 중 대표적 공간들이다. 담양천(관방천)의 수량 역시 폭우 뒤끝이라 풍족해 보였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인근에는 담빛예술창고가 자리하고 있어 명승지 관광 뿐만 아니라 평소 허기졌던 예술 작품을 관람하며, 문화적 감수성을 채워넣는데 부족함이 없다. 고향이 있는 것도, 학교를 다닌 적도 없지만 이곳을 찾을 때면 편안함을 먼저 느낀다. 연고도 없는 낯선 곳이지만 전혀 낯설다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근래 좋아진 곳 중 한곳이 담양이다. 담양호를 가면서 눈으로 스캔을 뜨면서 담양호로 이동했다. 정작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죽녹원과 관방제림의 기억들로 인해 만족치는 이미 최대치로 올라간 느낌이다.
전남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추월산은 담양의 큰 자산이다.
먼 산그림자로 보자면 꽤 멀어보이지만 담양읍에서 10㎞ 안팎을 이동하면 당도할 수 있다. 읍에서 추월산이 눈에 들어온다.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추월산은 담양호를 끼고 가파른 지형이 전개된다. 추월산은 가마골 용소와 함께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용소는 영산강의 시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담양호 지리를 자세하게 숙지하지 못해 댐 아래 쪽으로 먼저 내려갔다.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올 심산이었다. 담양호를 알리는 명패와 승천하는 용 조각상이 설치돼 있는 댐 초입에 당도했다. 이미 주차장 끝자락 그늘에는 차량 몇대와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달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장성호처럼 댐 아래쪽 접근이 될까 싶어 아래 쪽으로 가봤지만 초행인 사람들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 다시 차를 돌려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방류하면 거대한 물살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 몇컷 찍고 다시 위로 향했다. 이동하는 중간 주차할 수 있는 숲 속에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고, 텐트를 친 사람들이 선점, 더위를 식히고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수상 물놀이장을 구경하고 다시 북쪽으로 달렸다.
중간에 도림리 산촌 마을에 들기도 했다.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산길은 구불구불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산자락과 호수 경계를 구분짓는 산길은 정겨웠다. 계속 달려 마을을 지나쳤지만 길은 끝나고 더이상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지만 미로를 찾아가는 듯했다. 삶이 늘 미로를 찾는 여행인 것처럼 말이다.

도림을 빠져나와 무릉도원 터널을 지나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추월산 여러 갈래 등산로 중 한 곳으로, 등산의 시작점이자 용마루길의 초입이다. 용마루길 건너 기암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인공폭포가 말라 있어 아쉬웠다. 운 좋으면 인공폭포의 물살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담양호 수변길은 천년경관숲까지 3.9㎞ 구간에 걸쳐 계속 됐다. 과녁바위산과 비네산 자락에 걸쳐있는 이 수변길은 담양호의 풍경을 오롯하게 눈에 담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호수 주변을 거닐며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힐링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체온 측정을 한 뒤 목교를 건너 거닐어 볼 수 있었다. 방문한 날은 너무 무더워 얼마 이동하지 않아 땀 범벅이 됐다. 땀이 눈가로 스며들어 따가웠으나, 숲향기가 더해진데다 수변길의 멋짐 때문에 위안을 받았다.
중간에 연리지나무를 만났다. 연리지나무는 어깨동무 사랑나무로 불린다. 갈참나무(좌)와 상수리나무(우)는 참나무과로 같은 조상에서 분화돼 유전적으로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으로 연리지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이 연리지가 된 경우는 드물다. 줄기가 두번이나 합체된 데다 갈참나무 가지가 상수리나무 몸을 뚫고 나와 두 나무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주 희귀한 연리지라는 설명이다.
연리지나무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다르지만 그 다름을 내세우지 않고 기꺼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며 살아가는 연리지나무의 슬기로움을 보면서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변산책길은 데크로 잘 닦여져 호수가를 편안하게 거닐 수 있어 운치가 작지 않았다. 목교 뿐만 아니라 웅장하게 솟구쳐 있는 추월산 상봉 및 수리봉의 자태가 호수와 어우러졌다.
추월산도 무더웠는지 호수에 먼저 그림자를 보내 열기를 식혔다. 마치 방문객들에게 멋짐을 시위하는 듯했다.
머지 않은 곳이니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단풍이 들면 다시 한번 찾겠노라고 다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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