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제88호=여균수 기자)승용차로 영광읍에서 염산 방면으로 5분 정도 달리면 군남면 설매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서고마을로 가는 방향으로 우회전 해 잠깐 산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석조불두상(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30호)을 만날 수 있다.
이 문화재는 서고마을 뒤쪽 미륵골의 암벽 위에 머리만 조각해 올려놓은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전체 높이가 190㎝나 되는 거대한 불두상이다. 너비 120cm, 높이 420cm 규모의 자연석 위에 정교하게 올려져 있어, 얼핏 자연석과 한 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쳐다보면 조각한 불두상을 올려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네모나고 다소 넓은 얼굴의 이 불상은 명상에 잠긴 듯한 눈을 하고 있는데, 근엄하고 장중한 느낌을 준다.
민머리 위에 넓고 큰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상투처럼 우뚝 솟아오른 것)가 있다. 부처의 눈두덩이는 유난히 크며, 이마는 다소 좁은 듯하다. 알맞게 곧은 코에 단정하게 입을 다물고 있으며 특히 귀가 매우 길어 목의 중간까지 내려왔다.
불두상 얼굴 조각 솜씨는 매우 정교하나 뒷면은 평면적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목 부분의 밑쪽으로 꼭지가 달려 있는데 이는 불상 머리를 보다 안전하게 올려 놓기 위함이다.
경사가 급한 비탈에 세워져 있어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두상의 정면 형상을 카메라로 잡기가 여간 힘들었다.

불두상 맞은 편에 데크를 설치해 불상을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으나, 역시 낮은 곳에 설치돼 불상 얼굴을 정면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제작연대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설매리의 불두상은 얼굴과 목으로만 전체 높이가 190㎝나 되는 거대한 형식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조각사상 그와 같은 예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명상에 잠긴 듯한 큰 얼굴에 조각솜씨까지 뛰어나 예술작품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고려 초기 민간 불상 연구를 위한 학술적 가치도 매우 크다.
인근 주민들은 이 불상 앞에 와서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을 믿고 있으며, 과거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싸들고 이곳을 찾아 불공을 들었다고 하나 지금은 찾는 발길이 뜸하다.
문화재가 급경사인 산비탈에 위치해 있어 지난 8월 초와 같은 대형 물폭탄으로 산사태가 나기라도 하면 무너져 사라지지나 않을까 적지 않게 걱정됐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