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소리, 지역 오페라 토양을 다지다

[예술기획] 광주 간판 예술단체를 찾아서 <42> (사)빛소리오페라단
바리톤 최덕식 전 광주대 음악과 교수 1999년 창단 21년째
해외 전용극장 벤치마킹 아트홀 운영…의상 등 보유·대여
"몇 백년 공연될 작품 만들 것"…한옥 개조 디엠홀 개관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8월 30일(일) 16:41
(2020년 9월호 제88호=정채경 기자)이들은 지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오페라라는 장르로 풀어낸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우리네 삶을 담아내는 한편, 굴곡진 역사와 사회 부조리를 직시하도록 한다. 오페라에 광주의 소리를 담아온 셈이다.
창작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온 (사)빛소리오페라단의 이야기다.
성악가 최덕식 전 광주대 음악학과 교수가 1999년 창단한 빛소리오페라단은 그의 삶이 고스란히 축적된 단체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서던캘리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바리톤으로 미국 메트포폴리탄 오페라 Regional 콩쿠르와 N.A.T.S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험과 오페라 무대에 다수 선 경험이 단체를 이끄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최덕식 단장과 오페라단을 이끄는 이는 박정열 대표이사장(광주시치과의사회 회장·박정열 치과의원장)과 신성식 이사(새우리병원 원장), 박성애 이사(디자이너), 박미애 이사(광주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김영숙 이사(정년퇴직 교사)로 구성돼있다.
빛소리오페라단은 그동안 창작 오페라 ‘장화왕후’와 ‘춘향’, ‘한국에서 온 편지’ 등을 선보였고, 해설이 있는 오페라 여행과 사랑·희망·나눔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을 만나왔다. 또 ‘마술피리’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라 보엠’, ‘사랑의 묘약’, ‘헨젤과 그레텔’, ‘코지 판 투테’ 등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오페라들도 공연해왔다. 21년째 크고 작은 오페라를 선보이며, 1982년 태동한 광주오페라단과 문화 저변을 확대해왔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한 창작 오페라를 처음 선보였다. 5·18에 관한 연극은 많지만 오페라는 생소했었다는 전언이다.
5·18을 소재로 한 오페라 ‘무등 둥둥’은 시인 11명이 쓴 여덟 작품에 곡을 붙여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김준태·조태일 시인에 의해 대본이 쓰여졌고, 김선철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빛소리오패라단의 '코지 판 투테' 공연 모습

조태일 시인의 ‘겨울소식’과 ‘광주만가’, ‘모조리 망월동’, ‘풀씨’를 비롯해 김지하 시인의 ‘황톳길’, 김남주 시인의 ‘학살’,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이은봉 시인의 ‘우금치 흙’ 등이 공개됐다. 지위나 계층의 구별없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들의 광주정신을 일깨웠다는 평이다. ‘무등 둥둥’은 초연을 올린 뒤 22회에 걸쳐 앙코르 무대를 펼쳤으며, 이외에 5·18 오페라는 ‘꽃지어 꽃피고’가 있다.
오페라단의 가장 최근작은 지난 7월 선보인 ‘학동엄마’다. 2015년 초연한 뒤 4년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광주 학동을 배경으로 평범한 여성이 엄마가 된 뒤 9남매를 키우며,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전쟁과 가난, 남편의 배신 등이 소재로 다뤄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데다 근현대사를 다뤄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오페라단이 운영돼온 시간 만큼, 이곳을 거쳐간 이도 많다. 최덕식 단장은 "공연자들은 매회 바뀌지만, 한번 공연할 때 100여명이 출연한다. 회원은 300여 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아 오페라단의 공연에 함께한 사람들은 계속 동행한다고 했다.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성악인들이 무대를 통해 지역 오페라 토양이 다져졌으면 하기 때문이다.
빛소리오페라단이 공연을 올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집중력’이다. 오페라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좋은 작품이 되려면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돼야해서다. 그래야 관객들에 보는 즐거움이 커진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안전’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무등 둥둥’의 첫 공연에서 회전 무대가 고장이 났고, 두번째 무대에서는 유리창이 깨진 경험이 있어서다. 공연을 하다가 무용단의 얼굴이 조명탑에 부딪치거나, 합창단이 서있던 덧마루가 무너지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이처럼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많아 성악가들보다 스테프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한다. 실력과 기획력, 예술성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렇듯 다채로운 무대를 펼쳐온 오페라단은 오페라 전용 극장에 대한 갈증으로 직접 설계해 운영에 들어갔다.
"지역에 오페라를 위한 극장이 없었어요.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석으로 퍼져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해 아쉬웠죠. 그래서 단점을 보완한 오페라 전용극장을 직접 만들었어요."
본래 오페라는 마이크 없이 성악가의 목소리로만 이뤄지지만, 오페라에 적합하지 못한 공연장 환경으로 인해 마이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면 뮤지컬 극장이 많이 있는 것에서 감명을 받아 해외 오페라 전용극장을 벤치마킹, 지난 2012년 11월10일 ‘광주아트홀’을 개관했다. 135석 규모의 소공연장으로 8년째 운영 중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좁아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생생한 교감이 이뤄질 수 있다.
아트홀을 열기 전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종종 공연을 올렸는데, 이곳을 운영한 뒤로는 여기서만 작품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소극장 오페라를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다 작품마다 의상과 소품을 제작해 보관하고 있다.
"공연을 한번 올리기 위해서는 의상과 소품이 필요해요. 대부분 일회성 또는 2~3회 정도로 끝내 빌리죠. 우리 오페라단은 같은 작품을 계속 올리기 위해 작품 별로 제작한 의상과 소품을 다량 보유, 대여도 하고 있어요."
오페라단의 특성상 같은 작품을 몇 년에 걸쳐 올리기 때문에 직접 의상과 소품을 제작하면 초기 바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길게 보면 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페라단은 최근 광주아트홀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한옥 두채를 개조한 ‘디엠홀’을 오픈했다. 50여 석으로 미니콘서트에 적합하다.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클래식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늘어난 소품들을 관리할 공간이 필요해져 창고로 활용할 만한 공간을 물색하던 중 한옥을 발견했다고 한다. 앞으로 연주회와 미니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복안이다. 한은주 실장이 광주아트홀과 디엠홀을 도맡아 관리한다.
빛소리오페라단은 지속적으로 자체 공연장에서 기획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향후 역사에 길이 남을 오페라를 기획해 선보일 계획을 들려줬다.
"몇 백년이 지나도 모차르트처럼 천재 작곡가가 쓴 작품을 계속 볼 수 있죠. 한국인이 작곡한 오페라, 광주 지역민이 만든 오페라로 지역을 소재로 한 빛소리오페라단의 작품이 몇 십 년, 몇 백 년 간 대대로 공연됐으면 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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