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제89호=여균수 기자)광양시 광양읍 북쪽의 해발 208.9m의 마로산 정상에 자리한 퇴뫼식 산성으로 사적 제492호이다. 퇴뫼식 산성은 평탄한 산 꼭대기와 절벽을 갖춘 자연지형을 따라 성곽을 쌓아 조성한 산성을 말한다.
남쪽으로는 광양만과 순천왜성이 있고, 북서쪽으로는 광양읍이, 남쪽으로는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남서쪽 7km 지점에는 순천 검단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접경지역으로 바다와 접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주차장에서 300m 정도 오르면 산성을 만날 수 있다. 산성은 말안장처럼 양쪽이 높고 가운데가 낮은 지형에 자리하고 있다. 산성에 올라서니 멀리 광양만이 한눈에 보인다. 광양읍내와 가까워 읍내 주민들이 단골등산로로 사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5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마로산성 조성시기가 백제 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제가 공주(웅진)에 도읍을 뒀던 6세기 무렵에 마로현을 다스리기 위한 중심성곽(치소)으로 처음 쌓았으며, 통일신라시대에도 고을 이름을 희양현으로 바꿔 9~10세기까지 사용했다. 성벽의 길이는 550m, 너비 5.5m이며, 면적은 약 1만8945m²이다. 부속시설물로는 백제~통일신라시대의 건물지 17동, 문지 3개소, 돌로 쌓은 물을 모아두는 시설인 석축집수정 5개소, 우물 2개소, 점토로 만든 물을 모아두는 시설인 점토집 수정 6개소, 치 2개소, 수구 3개소, 구덩이 30여기 등의 많은 유구와 기와류, 토기류, 철기류, 청동기류 등 다양한 유물이 확인됐다. 마로산성에서 발견된 유물은 고대산성 연구 및 당시의 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마로산성의 성벽은 가공하지 않은 할석으로 쌓았다. 성내 집수시설과 건물지는 가공한 석재로 쌓아 석재 가공기술의 변화양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성문은 남문지와 동문지, 서문지 등 3개가 확인됐으며, 문의 형태는 개방형이다. 건물지 17개소는 대부분 통일신라시대의 것이고, 일부가 백제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성의 남쪽 경사지를 이용해 축조한 2개의 석벽 건물터의 상태가 가장 양호한데, 사각추 형태로 가공한 성돌이 사용되고, 바닥에서 탄화미가 다량 수습돼 군량미를 보관한 창고로 보인다.
건물지와 집수시설 등을 볼 때 마로산성은 단지 군사요충지 뿐만 아니라 일대 지역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9월의 태양이 성벽을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성내엔 천년의 세월을 보낸 기와파편 무더기와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세월의 무상함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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