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로는 꺼졌지만 예술은 불타오른다

창간 특집 포커스(‘시설 폐쇄’ 상무소각장의 변신)
시립도서관·복합문화공간으로 리뉴얼…850억대 예산 투입
82m 굴뚝 살려 야경 명소…시립도서관, 올해 착공 23년 준공
광주시 문화재생사업 총괄기획 김규랑 감독 선정…진행 착착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7월 22일(목) 10:31
(2021년 7월호 제98호=글 이현규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

혐오시설[嫌惡施設]. 지역 주민에게 공포감이나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돼 집값이나 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장례관련 시설이나, 집창촌, 사육장, 정화조 등이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구분된다. 광주에도 혐오시설이 몇군데 존재한다. 대표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는 서구 상무지구에 있는 상무소각장이다.
하루 300t∼400t의 가연성 쓰레기를 처리해왔던 상무 소각장은 운영을 시작한 지 불과 15년만인 2016년 12월 31일 자로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앞으로 이 혐오시설은 850억대의 국·시비를 투입해 시립도서관과 복합커뮤니티타운으로 확 바뀐다. 혐오시설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바뀌고 있는 상무소각장의 주요 사업계획을 알아봤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남부에 위치한 카타야노카 감옥은 175년간 수많은 죄수가 거쳐간 대표적 혐오시설이었다. 2002년까지 교도소로 사용되던 이곳은 2005년 고급 호텔로 변신한다. 교도소를 옮기면서 방치된 이곳을 호텔 체인 베스트웨스턴호텔이 나서 106개의 객실을 갖춘 최고급 호텔로 개조하는데 성공했다.
리노베이션 원칙은 역사성을 지닌 기존 감옥의 원형과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었다. 감옥의 방 2∼3개를 합쳐 하나의 객실을 만들었다. 예전에 사용되던 문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뒀다. 투숙객들은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와핑 수력발전소는 폐쇄된 후 당시 사용했던 내부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독창적 레스토랑과 갤러리를 갖춘 매력적인 예술공간으로 탄생했다. 런던 템스 강변에 문을 연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역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1997년 문을 연 독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6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부지의 티센 제철소가 전신이다. 낙후된 제철소 시설물을 고스란히 활용해 굴뚝은 도시전망대로,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으로, 철제 파이프는 미끄럼틀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혐오시설이 문화시설로 변신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8년 문을 연 ‘부천아트벙커 B39’는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곳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한 사례이다. 개관 이래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대한민국 브랜드대상 도시재생 최우수상, 지방자치단체 생산성대상 우수사례 표창 등을 받으며 문화재생 모델로서 인정받았다.
본래 이곳은 경기 부천 중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생긴 쓰레기 소각장이다. 1995년 가동이 시작되며 하루에 200톤의 쓰레기가 태워지기도 했으나, 1997년 기준치보다 20배나 높은 다이옥신 배출량이 알려지면서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일었다.
이후 부천시는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지역주민, 건축가, 예술가, 중앙정부, 행정가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했고,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및 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에 선정 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폐산업시설이나 공장지대, 산업단지를 재생한 사례는 있었지만 쓰레기 소각장을 재생해 활용한 사례로는 처음이었다.
광주의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2016년 폐쇄된 상무소각장도 현대식 도서관과 복합커뮤니타운으로 ‘탈바꿈’ 된다. 시립도서관 신축은 올해 말 착공이 예정돼 있고 복합커뮤니티조성 사업은 총괄기획자가 선정되며 본격적인 밑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
상무소각장은 지난 1996년 8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 2000년 9월 소각장 준공, 2001년 12월 사용개시 신고 수리돼 광주에서 발생된 쓰레기를 소각해 왔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폐쇄를 요구하는 지속적인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광주 중심부에 소각장 존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주 발전의 저해요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형성돼 지난 2016년 폐쇄된 후 방치됐다.
이후에도 활용방안을 놓고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지만 마침내 시립도서관과 복합커뮤니티타운을 건립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확정했다.
이렇듯, 앞으로 상무소각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겸 명소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총 3만1871㎡ 규모의 소각장 리모델링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만도 국·시비 850억원에 달한다.
이미지 전환의 선두주자는 바로 시립도서관 건립이다. 혐오시설인 소각장이 도서관으로 변신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드문 사례다.
지난해 실시한 국제설계공모에서 세르비아의 브라니슬라프 레딕(ARCVS, Serbia)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공모에는 국내 193개 팀을 포함해 모두 61개국, 817팀이 등록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설계공모에 이처럼 많은 참가자가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시립도서관은 소각장 공장동 부지를 활용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설 대형 도서관에는 어린이자료실,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간행물실 등이 조성된다.
1만1258㎡ 규모의 단일 신축사업에 투입되는 재원만도 국·시비 392억원에 달한다.
오는 9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연내 착공을 거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합커뮤니티 공간도 새롭게 선보여질 예정이다.
독특한 구조의 우람한 건축물인 82.5m 높이 소각로와 굴뚝, 쓰레기 반입장 시설 등은 시민·관광객들을 위한 공연장 등으로 바뀐다.
소각장 문화재생사업은 문체부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며 총사업비 450억원 규모다. 국·시비 50% 비율이다.
사업은 2024년까지 산업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전시·체험공간과 시민사회가 함께 소통·공유·협업하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건강관리실과 문화체험장, 세미나실, 경로복지관, 공연장 등을 갖춘 문화시설 위주의 계획이 추진 중이다.
사업은 현재 국비 확보의 마지막 단계로 불리는 행정안전부 투자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통과 여부가 결정되면 설계 공모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최근 사업 총괄기획자로 김규랑 감독을 선정했다.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광주시티투어 ‘타쇼’, 3·1절 100주년 기념식, 5·18전야제, 전라도 방문의 해 선포식, 광주시민페스티벌 ‘사람’ 등 굵직한 지역 행사를 이끌며 기획과 연출력을 선보인 문화기획 전문가다.
김 감독은 최근 선정된 시범프로그램 운영 용역사 관리는 물론 공간구성 계획, 건축 설계공모지침 마련, 리모델링 공사 총괄조정, 운영주체 선정 등 운영방향 설정, 운영 프로그램 구상 등 전반적인 업무를 맡는다.
광주시 관계자는 "소각장 문화재생에 대한 뛰어난 열정을 가진 총괄기획자 선정과 시범프로그램운영 시작으로 상무소각장을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기반시설로 재탄생하기 위한 체계가 마련됐다"며 "국비확보의 마지막 고비인 행정안전부 투자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생사업 총괄기획자 김규랑 감독 인터뷰]

"기후·환경·생태 연계 ‘전환’ 이끌어 낼 것"
지역 혐오시설 ‘상무소각장’ 지역 명소 탈바꿈
인공지능+4차산업 기술… 복합 문화공간 마련

‘기후·환경·생태…그리고 전환’.
김규랑 총괄기획자(감독)가 꼽은 상무소각장 문화재생사업의 핵심 키워드다.
김 감독은 최근 지역 혐오시설인 상무소각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복합 커뮤니티조성 사업의 총책임자로 선임됐다.
그는 2024년까지 ‘소각장에서 시작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산업기술, 예술을 접목한 전시·체험공간과 시민사회가 함께 소통·공유·협업하는 복합공간을 조성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김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상무 소각장이라는 ‘소멸’의 공간을 문화·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은 ‘생성’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광주 혐오시설로 여겨졌던 상무소각장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면서 "공간에 컨텐츠 채워넣는 부분, 즉 파일럿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운영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 구성을 기획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 감독이 상무소각장 공간 구성에 있어 현재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기후·환경·생태’와 광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의 연계다.
이를 통해 기피 시설인 소각장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즉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상무지구 일원에 지정된 인공지능(AI)클러스터와 연계한 복합문화공간 네트워크 플랫폼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김 감독은 "상무지구가 도심융합 특구로 지정된 만큼, 지리적 요건을 적극 활용해 AI와 드론 등 4차산업 기술과 문화·예술 융합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 화두인 기후·환경 문제와 접목한 문화공간으로도 꾸며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쓰레기 등 기후·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인 관심사다"며 "환경을 접목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어 환경 문제와 문화예술이 시민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광주 대표 혐오시설로 여겨졌던 상무소각장을 인공지능 등 4차 산업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대표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상무 소각장이 지역을 잇는 문화예술의 허브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역에서 문화, 예술, 축제, 관광분야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문화기획 전문가다.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광주시티투어 ‘타쇼’, 3·1절 100주년 기념식, 5·18전야제, 전라도 방문의 해 선포식, 광주시민페스티벌 ‘사람’ 등 굵직한 주요행사 분야에서 총감독을 수행하며 기획과 연출력을 선보여 왔다.
또 굿모닝 양림과 무등울림, 아트피크닉 등 행사를 통해 도심공간 활성화에 기여했고 광주비엔날레 프로그래머와 디자인비엔날레 큐레이터 등 공공 문화예술분야에서도 기획력을 인정받아 광주시 축제육성, 공예, 관광활성화 위원으로도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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