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을 기다리는 예비 작가

염창권 시인·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12월 13일(월) 17:18
염창권 시인·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입동 녘에 들어서면서 공기의 느낌부터 달라지는 것은 계절이 가져오는 감각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의 풍경 같은 것이었으니, 수차례 두드렸으나 좀체 열리지 않던 문 앞에 나는 서 있었다.
이른 바, 문단 등용문인 신춘문예이다. 이와 관련된 추억과 함께 예비 작가들에 대한 기대를 담아보기로 한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으로 설레고 있을 때, 코끝을 알싸하게 물들이는 겨울 초입의 후각적 경험이 동반되면서 어떤 이름모를 풍경을 만들어냈다. 마음은 벌써 당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윽고 무소식이 가져오는 열패감이 당겨졌다. 새해, 날이 밝기가 무섭게 신문가판대에서 산 두툼한 신문을 펼치며, 심사평에 한 구절이라도 언급되기를 바랐던 얼굴빛이 차가운 겨울 유리창에 얼비쳤을 것이다. 그때의 짤막한 한 구절은 순례자가 막다른 길에서 만난 표지(標識)와도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수성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투고하는데, 당선작과 심사평 등은 인터넷으로 신속하게 검색이 이뤄진다. 또한, 신춘문예뿐만 아니라 문예지 신인상, 문학상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등단 절차를 거친다. 그럼에도 단발의 필살기처럼 신인의 깜짝 등장을 알리는 데는 신춘문예의 신선도를 따를 것이 없다. 이에 비해 거대출판사가 발행하는 자매지를 통한 등단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발표 지면뿐만 아니라 작품집 출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도전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받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등단의 절차는 내가 이 부문에서 인생을 걸고 추구할만한 자질이 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예술가로서의 곤궁한 삶을 감내하면서도 내 인생을 헌신했을 때, 삶의 가치로 내세울 수 있겠느냐와 같은 자기 효능감이나 다짐을 위한 것이다.
신춘문예도 스타일이나 흐름이 있기에 곧 익숙해진다. 당선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격적인 작가세계의 전단계로서 아마추어의 경연장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한다고 해서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당선 이후가 더 중요한 까닭이다.
끝으로 팁을 하나 준다면, 기시감의 함정을 피하라는 것이다. 투고자들은 이전의 당선자를 부러워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의 작품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이전의 기록을 경신하는 신인에게 돌아간다. 이전의 당선작보다는 미학적으로 완성된 작가의 작품에서 예시를 찾아야 하고, 그와 같은 경향조차도 넘어서는 발상을 이끌어내야 당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은 12월이다. 우리가 12이라고 썼을 때, 12월은 애착과 동경이라는 두 겹의 벽을 만들어 그 틈새에 우리를 끼워둔다. 자판을 두드리는 초라한 작업실, 난방이 켜지지 않은 실내의 썰렁한 공기가 존재를 향해 몰아닥친다. 이 시기를 기다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예비 작가들, 그들이 겪는 마음의 풍경을 알고도 남는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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