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선율로 ‘긍정’ 선사하는 연주자될 것" [예술인플러스] 첼리스트 이아미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2021년 12월 27일(월) 1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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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아미씨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첼로와의 첫 만남을 다시 떠올렸다. 초등학생이 된 뒤 처음 맞이한 어린이날이었다. 4년여 간 배운 피아노와 함께 또다른 악기 연주를 하기 위해 아버지 손을 잡고 간 악기사에서 첼로를 마주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첼로 활을 쥐게 됐다.
그가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클래식을 즐겼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음악인이 없는 집안에서 첼리스트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첼로 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첼로 선율이 좋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낮은 톤의 소리가 편안하게 느껴져서다. 자기 몸보다 더 큰 첼로를 들고 다니면서도 단 한번도 버겁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주에 매진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그는 광주 예술영재에 선발, 광주시 교육감상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었다. 자연스럽게 연주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광주예술고등학교 음악과에 입학했으나, 재학 중 돌연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연주자로 진로를 결정했을 때부터 유학을 염두 했기에, 어차피 갈 길이라면 빨리 다녀오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떠난 그의 첫 유학지는 독일이었다.
베를린에서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연주활동을 잇다 잠시 귀국해 나간 금호주니어콘서트에서 우연히 광주를 찾은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의 눈에 띄어 벨기에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벨기에는 불어를 사용해 독일과는 사용언어가 달라 잠시 고민했으나,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그는 망설임 없이 제2의 유학길에 올랐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스위스로 학교를 옮겨 베른 국립음악대학에서 수학, 부전공으로 피아노, 주전공으로 첼로 연주를 펼치면서 한국인 최초 최우수 졸업생이 됐다.
유학시절 그는 벨기에 왕립음악원 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베른 국립음악대학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며 연주자로서 역량을 키웠다. 베른 예술영재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이화여대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받았고, 광신대와 광주예술영재교육원에 출강했다.
현재는 광주지역 연주단체 다사이플 첼로앙상블과 서울을 거점으로 연주하는 블리스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7번째 독주회를 마쳤다. 그가 이처럼 연주자로 무대에 꾸준히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유학 시절 졸업연주회가 힘이 됐다. 기억에 남는 무대로 베른에서의 졸업연주회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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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연주가 끝나고 나서 한 노부부가 저에게 와서 ‘선율이 따뜻해서 좋았다’고, ‘앞으로도 제 첼로 연주를 기대하겠다’고 얘기해주셨어요. 한국에서는 유명 연주자면 모를까, 연주회가 끝난 뒤에 연주자와 안면이 없으면 ‘연주가 좋았다’거나 ‘앞으로 기대한다’는 등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거기선 대부분이 표현을 해줬거든요."
졸업연주회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연주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에도, 관람객이 각자 감동 받은 부분에 대해 해준 이야기가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힘들 때는 종종 그때 들었던 평을 되새긴다고 한다.
"보통 연주회에는 연주자의 지인들이 80~90%가량 오잖아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마을 사람들, 음악 애호가들이 절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더라구요. 제 연주를 들으러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걸 보니 그동안의 연주회에서 느낀 것과는 또 다른 울컥함을 느꼈죠."
당시 청중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깊었다는 것이다. 유학시절을 잊지 않는 이유다.
그는 광주예술고등학교 출강을 위해 분주하게 서울과 광주를 오가고 있다. 집은 서울이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광주로 내려와 제자들을 만난다. 그가 이같은 고생스러움을 감내하는 이유는 국내외에서 두루 쌓은 경험을 예비음악인인 제자들에 전수해주고 싶어서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무대에서 한껏 기량을 펼친 뒤, 내려와 ‘연주할 때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없이 기쁘더라구요.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내 큰 상을 받았을 때,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을 때와는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자들이 저와 같은 연주자로, 한 음악인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요."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도 바지런히 움직인다. 하반기 블리스 앙상블 단원들과의 무대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는 광주와 서울에서 독주회와 디사이플의 첼로 앙상블 연주회가 잡혀 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은 첼로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후배 연주자들에게는 테크닉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전수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첼로 선율이 사람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 보니, 첼로 연주가 사람이 위로를 해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제 연주가 듣는 이의 힘든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치유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