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어둠 속에서 깨어 파수꾼이 돼 있어야 하죠"

[신문화탐색] 제22회 신세계미술상 대상 문선희 작가
상 내용 중 ‘예술적 열정에 대한 공감’ 표시에 감명
2013년부터 꾸준히 고라니 작업에 천착 작업 집중
사회적 문제 관심 지속…올 전시서 신작 발표 예정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1월 11일(화) 18:31
(2022년 1월 제104호=고선주 기자)"작가들은 독창적으로 자기 세계, 세상에 없는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좌표가 확인 안될 때가 있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 말이에요. 독창적인 길을 가는 예술가들이 혼란지점에 닿으면 그것을 겪을 수 밖에 없죠. 상의 내용에 놀랐어요. 예술적 열정에 대한 공감과 감사에 대해 상을 준다고 하더군요. 테크닉이 뛰어나서 주는 게 아니라 제 작업에 공감을 표시한 부분에 놀랐다는 이야기예요. 심지어 제 열정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제13회 광주비엔날레’(2021. 4.1~5.9) 전시인 5·18민중항쟁 40주년 기념 글로벌 프로젝트로 마련된 특별전 ‘메이투데이’전 때 데이지 꽃 5000포기를 바닥에 깔은 형태로 오월 광주를 드러냈던 그의 작품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는 단박에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았었다. 워낙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메타포의 울림이 커 당시 그로부터 작품을 하게 된 계기 등을 상세하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지난해 4월 가졌다. 그리고 나서 한달 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업에 접근하는 그의 예술적 지점이 궁금해 아예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인터뷰를 통해 개인사를 표현하는 작가 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약한 생명 개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그의 확고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 2021년 11월 하순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나 선망의 직업 중 하나인 교사직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예술로 뛰쳐나온 지 14년 만에 거둔 경사였다. 근래들어 광주 화단에서 그처럼 예술적 성장이 빠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7개월 만에 그를 다시 호출했다. 주인공은 전 서진여고 가정교사 출신 문선희(43·사진)씨. 앞선 멘트는 눈발이 날리는 탓에 화순 동면 소재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번복하고 동명동 한 카페에서 만나 진행된 인터뷰에서 밝힌 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 의미다. 조금 늦게 들어선 카페 2층 코너 자리에 먼저 와 있던 그와 인사를 나눈 뒤 정리하기 편한 옆 테이블로 옮긴 뒤에야 그와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 의미부터 물었다. 이 상이 갖는 의미를 더 상세하게 들려줬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술적 사유를 거듭하고 있는 작업과 관련해 제 시선과 태도에 공감한다는 뜻이어서 ‘제가 던지고자 하는 태도와 마음이 전달이 됐구나’를 느꼈어요.
일종의 안도감일 겁니다. 불안하고 혼란하면 거기에 에너지를 빼앗기는데,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죠. 저는 사설 미술관에서 상을 받고 싶은 게 아니었거든요. 실제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니까 전시를 열어보고 싶은 거였죠."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를 작업으로 다루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였다. 사실 상보다는 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데 관심이 높았던 그는 자신의 이런 바람이 해결된 것이어서 대상 수상이 주는 기쁨이 두배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앞서 밝혔듯 상의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는 것이다. 전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작업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당연히 꾸준하게 작업을 할 것이지만 신세계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신작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신작은 고라니에 관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고라니는 10년 동안 붙들고 있었던 작업입니다. 10년 전에 우연히 고라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죠. 고라니가 유해 조수로 분류돼 있다는 것을요. 그것도 법적으로 말이죠.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매년 포획 중입니다. 고라니는 한반도와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희귀동물입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멸종위기 종으로 복원 대상 동물이에요. 실제 우리나라만 남았다고 보면 돼요."
그는 고라니에 대해 사자랑 치타랑 동급으로 희귀동물이지만 국내에서는 너무 많이 포획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종인데 포획하고 하는 거 보면서 ‘아이러니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다분히 인간중심적 사고의 발로로 바라봤다. 고라니랑 노루의 차이를 알지 못해 그 궁금증을 풀려고 전국의 동물원을 모두 다녔다고 한다. 그는 고라니를 포획하는 등 함부로 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신이 고라니에 대해 그토록 집중력있게 접근한 데 대해 약간 감정이입이 됐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런데 우리 세금으로 구매한 총알로 죽인다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아이러니라는 단어를 구사했다.

그의 고라니에 대한 접근은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정말 고라니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인식이 안타까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고라니가 맞이하고 있는 이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고라니를 진짜로 보고 싶어 호숫가나 산골에 들어가 몇날 며칠 대기했을 만큼 열의를 드러냈다. 그러다 진짜 고라니와 맞닥뜨렸지만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송곳니가 있다는 것을 목도하고 나서는 숨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사슴과 초식동물인데 맹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매머드(mammoth)나 검치 호랑이처럼 고대 동물 같았다
는 술회다. 빙하기 이전에 살았다는 사실도 전해줬다. 국내에서는 고라니에 대해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유해 조수로만 여기지, 그 가치를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작업이 생각만큼 앞으로 나가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려 줬다.
"제가 고라니 편에 서면 고민인 게 농민과의 갈등을 염두해두지 않을 수 없죠. 농민들은 고라니로부터 직접적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인데 제가 고라니 편을 드는 게 합당한 것인가 고민이 깊어져요. 고라니 작업이 쉽지 않다는 거죠. 고라니를 만나기도 어렵구요."
그는 고라니 작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싶은 까닭에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했다. 구조센터가 있다는 사실은 우연히 2013년에 알게 된다. 석달 동안 구조센터를 쫓아다녔다. 나중에 계류장에서 고라니 새끼와 대면했다. 경계심이 풀리도록 구석진 곳에 앉아 서로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언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한,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때 그는 고라니와 노루가 엄청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다름을 한국과 일본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과 베네수엘라 정도 차이로 설명했다. 이후 고라니들의 얼굴이 다 다르게 생겼고, 성격도 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정작 그는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고라니의 표정을 기다린 셈이다. 사진에 한 컷 담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고라니가 사람처럼 표정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교직에 있을 당시 출근하던 중 고라니를 만났는데 겁에 질려 있었다는 기억도 언급했다. 겁에 질려 다급해 보였다. 고라니가 반대편으로 도망치자 몇초 후 들개가 쫓아왔다. 알고보니 들개에 쫓겼던 것이다. 그때 고라니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었는지 학교에 도착해 복합한 생각이 일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고라니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스냅 사진을 엄청 찍었지만 나중에 보니까 심미적 사진이 한컷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래서 고리니와 배경을 분리해 접근하기로 한다.
졸업 앨범에 들어있는 학생들처럼 새끼 고라니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여전히 안타까워 한다. 구조된 고라니들은 석달을 구조센터에서 지낸 뒤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그들은 야생의 수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실제 고라니를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어 성체 고라니의 배경은 연기를 촬영, 연기 속에 있는 모습을 연출해 임하는 등 초상 사진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는 또 고라니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10만여 마리가 포획되고 있고, 6만여 마리가 로드킬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 세금으로 고라니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작업만 소중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보다 고라니와 농민의 관계가 있으니 발언을 조심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튼 고라니가 국민 밉상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적어도 국민의 절반은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라니가 우리 사회의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진행될 신세계갤러리에서의 고라니 작업에 대한 전시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단기적으로 고라니 작업을 마무리해 신세계에서 발표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예술에 대한 각자의 관점이 있는 만큼 수시로 이걸 점검해 나갈까 해요. 자본주의 물살이 세니까 예술가가 어둠 속에서 깨어 파수꾼이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또한 생명경시 현상이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세속적인 가치 중심으로 흘러갈 때 진짜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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