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생활로 확장 "문화 향유·실험 공간 됐으면"

[신문화탐색] 신헌창 독립서점 책과생활 대표
편집자·마케터·서점 운영자 등 ‘1인 다역’ 3000여 장서 보유
광주 장동 소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카페·베이커리 운영
"자생력 바탕 된 운영에 주안점" 밝혀…자체 출판업 주력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7월 06일(수) 16:39
(2022년 6월 제109호=정채경 기자)편집자와 마케터, 서점 운영자, 카페 사장님. 그를 떠올리면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시대, 대규모 자본과 거대한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생력을 갖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여러 역할은 필수적이기 때문일 터다. 독립서점 책과생활을 운영 중인 신헌창 대표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 동구 동명동 광주독립영화관 인근 건물 2층 책과생활을 찾았다. 계단을 타고 올라 도착한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아치형 책장에 빼곡히 진열된 책들이 맨 먼저 맞아준다. 입구에는 자체기획 북토크와 글쓰기 프로그램 등과 광주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알리는 리플릿이 마련돼 있다. 창문 너머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신 대표는 그가 하는 여러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독립서점 책과생활 운영 뿐만 아니라 편집자 이력을
살려 출판사로부터 외주를 받아 원고 정리, 교정·교열 등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서점 운영 만으로는 적자를 메꾸기 힘들기 때문에 이같은 일을 병행한다.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출판사로부터 의뢰받아 글을 쓰거나 외주 편집을 하는 등 출판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을 했다. 2000년대 초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게 되면서 인터넷 지식사전을 구성하고 백과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 ‘글항아리’와 ‘현실문학’ 등 서울과 파주에서 편집자로 근무했고, 이같은 경력을 살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문화개발원이던 시절, 짐을 싸 내려왔다. 아무 연고가 없는 광주에 터를 잡은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광주살이가 시작된다. 그는 2년여 간 개발원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당의 개관을 앞두고 여러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기획안을 내놓았지만 당시 전당은 개관 이슈에 매몰돼 그가 내놓은 기획안은 한 번도 승인된 적이 없었다. 그렇게 계약 기간이 다가오고 재계약 시점이 됐지만 더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두고 나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광주를 떠나면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광주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지역 곳곳을 탐색하는 광주여행기를 써보기로 한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집필실이자 출판 스튜디오, 나만의 놀 공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뜻을 모아 서점을 시작했다.
그러다 차리게 된 게 독립서점 책과생활이다. 책에서 생활로 확장하자는 의미다. 사람들이 책이라는 매체에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신 대표는 "독립서점 책과생활은 책에서 생활로 확장하는 공간"이라며 "자생력이 바탕이 된 독립서점 운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서점 책과생활 전경

2016년 처음 문을 연 뒤 세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독립서점 책과생활은 신 대표 혼자 운영하고 있다. 79.3㎡ 규모로 서점 한 켠에는 카페가 마련돼 있어 커피를 마시며 서점에서 고른 책을 읽을 수 있다. 커피와 함께 즐길거리로 지난해부터 비건 베이커리도 판매한다.
오픈 당시에는 신 대표의 취향대로 서적을 보유하고 각 분야 별로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현재는 인문·사회·예술·사진·디자인·건축 등 3000여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안팔리면 내가 다 갖지 뭐’라는 생각이었죠. 몇 년째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주로 신간, 광주·전남지역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적 등을 위주로 보유하고 손님들이 찾는 책을 갖다 놓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 고집보다는 니즈를 반영해 서적을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웃음)책장 윗쪽에 줄줄이 꽂힌 책들이 제가 고집한, 안팔리는 책들입니다."
하루 평균 매출은 20~30권. 주말은 50권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 대비 매출이 2.5배 가량 늘었다. 서적 판매 매출이 높은 이곳은 커피와 베이커리 매출이 책 매출의 10% 가량이라고 한다. 그는 이처럼 서적 판매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리기 좋은,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한 점과 쾌적한 매장 컨디션,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큐레이션 등을 꼽았다. 향후 서적 판매와 카페, 베이커리 간 비율을 7:3으로 끌어올릴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그는 책과생활 만의 판매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똑같은 서적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책과생활 같은 독립서점은 동일한 상품을 다른 조건에서 판매하기에 이곳에서 책을 사가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을 해야 해요. 그걸 찾는 게 제 일이죠."
그는 독립서점 책과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곳에서 문화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이다. 특히 2019년 진행한 ‘여행자의 불빛서점’은 독립서점 책과생활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광주지역을 들여다보는 인문 강연으로 멀티플렉스에 밀려 사라진 옛 극장들, 광주천변과 복개된 동계천 등을 소재로 외지 여행자들이 잘 알 수 없는, 거주민들도 있고 있던 도시의 옛이야기를 발굴해 들려줘 호응을 얻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여파에 서점 운영은 물론,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열기 어려운 형편이 되자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하는 한편, 책방지기 추천작과 지역 독립출판물, 이벤트 에디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서점의 활동폭을 늘리는 시도를 했다.
올해는 지역작가와 동네서점을 잇는 검은고양이 문학클럽을 결성, 지역서점의 거점 공간을 맡아 한 달에 한 번 책을 선정해 이를 온라인 콘텐츠로 발전시켜 북튜브를 진행한다. 또 혼자 읽기 어려운 고전을 참가자들과 읽어보는 고전 낭독 프로그램,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며 취향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 그동안 쓴 작품을 발표하고 합평회를 갖는 시 창작 스터디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독립서점 책과생활 운영과 함께 자체 출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문학과 예술, 에세이 등 인문서적에 중점을 둔 출판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최유준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 장상은 작가가 쓴 ‘모모는 철부지’를 펴내 광주 1970~1980년대 음악을 조명했다. 광주 동구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해 2년간 어르신들의 삶을 정리하기도 했다.
현재는 팬케이크와 관련된 내용의 유머러스한 코믹 에세이집을 비롯 현직 큐레이터가 한국미술에 대해 쓴 에세이집,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소설가의 청소년 소설, 몽골을 다녀온 작가의 여행서 출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는 하반기에는 출판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공간 오픈도 앞두고 있다. 동명동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자체 출판 공간 오픈 외에 지역 커피업체와 협업해 자체 브랜드가 표기된 커피 판매도 본격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활자, 책이라는 매체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에 서점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사고 읽으며 문화를 향유하고 이곳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05. 0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02. 02 |회장 : 양진석|발행인 : 차재진|편집인 : 이승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