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 활성화 구심점이 될 겁니다"

[예술기획] <63>전통연희그룹 ‘자타공인’
고현영·김익수·김선월·조요한 연희 전공자 4명
창단 1년 반…5·18전야제·프린지페스티벌 등 활발
타악콘서트·도심 속 작은 음악회로 시민 만날 예정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0월 05일(수) 17:42
(2022년 7월 제110호=김민빈 기자)한류 열풍도 옛말. 한국 문화는 세계 속 주류가 된지 오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한글로 된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 춘다.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먼 바다를 건너 오는 것도 예사. 우리 문화가 남다른 힘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다.
이를 두고 우리는 원래 흥이 많은 민족이었다고 하니 틀린 말이 아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할 때 흥겨운 굿판을 열곤 했다. 화려한 고깔을 쓰고 삼색띠를 두른 농악대는 장구, 꽹과리를 두들기며 한바탕 놀이를 펼쳤다. 흥에 겨워 ‘잘한다’, ‘얼쑤’ 추임새를 던지는 농민들. 삶의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됐다. 이러한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젊은 청년 예술 단체가 있어 주목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희그룹 ‘자타공인’이다.

판소리, 탈춤, 강강술래, 줄타기…. 전통적으로 전래되는 모든 연희적 예술 유산을 통틀어 ‘전통 연희’라 칭한다.
다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무대 위 실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없는 예술이며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과 신명을 담은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꽹과리가 막을 올리면 날카롭게 이어지는 태평소 소리.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장구 리듬과 눈을 뗄 수 없는 사자탈춤. 이중에서도 가장 빠질 수 없는 것은 공연과 즉흥적으로 어우러지는 관객들의 ‘흥’이다. 그 참맛은 무대를 직접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무대에서 노는 건 너무나 즐거운 일이죠. 저희 공연을 보고 관객들도 즐거워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저 좋아서 하는 이들의 표정이 이럴까. 창단된지 1년 반. 이들은 자신들의 무대에 푹 빠져있는 듯 했다.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공연을 앞둔 설렘과 생생히 살아 숨쉬는 활력만이 느껴졌다.
그룹 ‘자타공인’은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동문들로 이뤄진 팀이다. 팀명 ‘자타공인’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예술 단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고 지난 2020년 창단식을 가졌다.
사물장구 고현영, 사물북·채상소고 김익수, 꽹과리 김선월, 징·버나 조요한 4명에 객원단원을 포함한 총 8명이 주로 활동한다. 단체를 만든 이는 막내라인이자 홍일점 고현영씨. 광주예고를 졸업한 이 지역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타지로 떠나 공부하면서도 언젠가 돌아와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길 꿈꿨다고.
"대학 졸업 후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사물놀이 단체 ‘몰개’의 이영광 대표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준비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제대로 팀을 꾸려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죠."
그의 계획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광주로 돌아온 2020년 12월에 팀을 결성, 202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악화된 시기였지만 계획을 실현하는데 있어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고현영씨는 "팀을 만들려고 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던 것 뿐, 큰 걸림돌은 아니라 여겼다"고 말했다.
창단한지 2년도 되지 않은 신진단체지만 벌써 이름을 제법 알렸다. 광주 대표 브랜드 공연인 ‘국악상설공연’에서는 지난 한 해동안만 20여 차례 이상 무대를 꾸몄다.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광주·전남권역 단체에 선정되면서 수차례 공연을 펼쳤고, 7월에는 ‘제11회 농화전국국악경연대회’ 전통연희 분야에 참가해 일반부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반기는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남해안남중권 유치 광고에도 참여하며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더욱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확정된 공연만 10여 개. SNS를 통한 공연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42주년 5·18 기념 행사 전야제의 메인 무대로 관객들을 만났다. 6월 말부터는 서구문화원 기획사업인 ‘신명나는 우리학교 전통연희한마당 광대들의 왕중왕전’으로 학생들에게 체험과 교육이 함께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 이밖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는 청춘마이크와 프린지페스티벌, 광주 청년 단체 진무용단·올라·각인각색 팀과 협업하는 국악상설공연에 함께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공연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그에 따른 아쉬움이 컸습니다. 올해는 대면 공연이 많아져서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당장 7월2일에 광산구 쌍암공원에서 프린지페스티벌로 시민들을 만날 생각입니다."
그룹은 지난 4월 문체부 ‘전통예술분야 인력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기획자 1명과 실연자 2명을 채용했다. 이를 통해 하반기에는 활동 규모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창작 작품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정기공연도 기획 중에 있다.
"본래 있던 사자탈춤과 꼭두각시놀음을 결합해 마당극 형태로 만든다든지, 코로나19 시대상을 반영한 마당극을 꾸민다든지 다양한 작품을 구상 중입니다. 또 타장르와 결합한 작품도 만들 겁니다. 재즈의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등 여러 악기와 혼합한 색다른 공연을 만들 수도 있고요."
오는 9월에는 북구 청소년 수련관에서 ‘북구 시민을 위한 타악콘서트’ 무대를 올린다. 새로운 타악의 시도가 돋보이는 공연으로 거문고와 장구를 갖고 실험적인 예술을 만든다. 이에 더해 야외에서 펼쳐지는 ‘도심 속 작은 음악회’도 준비 중이다. 두 무대를 시작으로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적극적으로 팀을 알릴 계획이다.
이처럼 거칠 것 없는 이들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가 야속할 때도 많다. 전통연희가 단순히 보존해야 할 ‘옛 것’으로만 치부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 하지만 전문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담그려는 청년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은 연희판이 맞닥뜨린 현실이기도 하다.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않다 보니 공연에 전문 전공자가 아닌 아마추어와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문성이 중요한 예술인데 혹시나 그러한 과정에서 본연의 색이 바래질까 안타깝기도 하죠. 그렇기에 더욱 잘해내서 책임지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 공동체 문화와 신명이 좋아 연희판에 뛰어들었다는 이들은 전통 예술의 맥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정신까지 함께 이어가고 있는 듯했다.
"드럼도, 피아노도, 가야금도 혼자 연주할 수 있지만 전통연희는 단 한명도 빠져선 안되는 예술이에요. 어릴 때도 이 점이 좋아서 사물놀이 동아리를 계속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죠. 우리 가락에 신명이 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전통에 위기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탄탄하게 기반을 잡으면 앞으로도 능력있는 친구들이 지역에서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희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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