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메세나 1호 선례가 되고 싶어요"

[예술인플러스] 김냇과 트리오
복합문화공간 ‘김냇과’ 발굴 그룹…2021년 3기 출범
유·스퀘어 첫 정기연주회서 드보르작 ‘둠키’ 등 선봬
"소외계층 찾아가는 공연 봉사로 재능 베풀고 싶어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0월 05일(수) 17:47
(2022년 7월 제110호=김민빈 기자)‘메세나’(Mecenat). 기업이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메세나를 이야기하자면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메디치 가는 350여 년 동안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세계적인 예술가, 학자들의 연구를 열렬히 지원했다. 메디치 가의 후원 활동은 유럽의 역사 및 예술의 부흥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며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킨 주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광주 지역에 이러한 메세나로 탄생한 음악 그룹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역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냇과 트리오’ 3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인동 ‘김내과’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1965년 광주 동구 대인동에 문을 연 이후 30여 년 가까이 광주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로 운영된 병원이다. 영무토건의 박헌택 회장은 지난 2017년 이 건물에 복합문화공간 ‘김냇과’를 개관했다. 전시회 및 정기 공연을 열어 지역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메세나를 실천해왔다.
‘김냇과 트리오’는 지난 2019년 김냇과에서 발굴한 그룹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실력 있는 클래식 연주자들을 지원하는 현악 그룹으로 매년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발탁한다. 선정된 멤버들은 기수제로 활동하며 현재 그룹은 3기다.
이들은 지난 2021년 8월 창단 연주회와 함께 활동을 시작, 결성된 지 1년이 돼가지만 내년까지 활동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멤버들의 열정과 재능이 남다른 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많아서다.
트리오 멤버는 프랑스 세르지 퐁투아즈(Cergy-Pontoise) 국립음악원 피아노과 및 실내악과 최고연구자과정을 최우수 졸업한 피아니스트 이현주, 광주 신포니에타 단원으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강하선, 광주첼로아카데미 앙상블 단원인 첼리스트 김지선으로 구성됐다. 모두 전남대 음악학과 출신으로 수준급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인재들이다.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인 이현주씨는 독특하게도 2기에 이어 3기를 연임한 멤버. 2019년 9월 김냇과 아트콘서트에서 게스트 공연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그룹에 참여하게 됐다.
"피아노는 독주 악기라 혼자 연주하는 경험이 많은 편이에요. 소속감을 갖고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던 차에 김냇과 트리오를 만났던 것 같아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도전했죠."
세 멤버 모두 나이도, 전공도, 경력도 다르지만 오디션을 보게 된 동기는 비슷하다. 지역에서 부족한 음악 활동의 기회를 보장받고 꾸준히 연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졸업하자마자 팀에 합류한 막내 김지선씨의 경우 대학교 재학 당시 우연한 기회로 ‘김냇과 아트 콘서트’에 참여한 것이 2년 후 오디션 기회로 이어졌다.
"김냇과에서 졸업 연주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공연이었는데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 나머지 3학년이라는 말을 안하고 가서 연주를 했어요. 그런 점을 오디션에서는 높게 봐주셨죠. 음악학도들은 졸업 이후 어떤 팀에서 무슨 활동을 해야 할까 진로를 고민하는 게 대부분인데 저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으니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지난 5월13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그룹의 첫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300여 석 규모의 공연장은 김냇과 트리오를 보기 위해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트리오는 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 제4번 ‘둠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제2번’을 선보였다. 특별한 무대만큼이나 이날 선정한 곡의 의미는 남다르다.
"오스트리아 출신 가난한 음악가였던 드보르작이 빈 정부의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계 거장이 된 점이 우리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룹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죠. 멘델스존 2번은 다루기 어려운 곡인만큼 제대로 된 준비를 통해 우리 팀의 역량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골랐어요. 막내 지선이가 특히 추천한 곡이기도 하죠."
피아노 트리오의 매력은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는 세 명의 화합에서 나온다.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연주를 눈앞에서 감상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팀 결성에 있어 구성원의 합이 강조되는 이유다. 김냇과 트리오 멤버들은 공연이 없을 때에도 자주 만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어느새 원팀이 됐다. 그룹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높은 ‘케미’는 결국 공연 퀄리티와 연결된다.

"꼭 공연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주 대화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멤버 모두 의욕이 넘쳐 가능한 일이죠. ‘이번에는 이런 테마로 하는 게 어때?’ 물으면서 다음 무대를 준비해요. 다른 팀의 공연 영상을 보고 우리 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도 하고요."
트리오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김냇과 아트콘서트를 비롯해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타 지역 초청 무대 등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도 있었지만 벌써 그룹을 응원하는 팬들도 생겼다고. 정기 연주회에 매번 찾아와 응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다음 연주회에 듣고 싶은 곡을 미리 부탁하는 관객도 있다. 관객들의 이러한 관심과 응원은 이들에게 가장 큰 에너지다.
"김냇과 무대는 객석과 연주자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요. 연주하면서도 관객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죠. 파이팅 넘치게 응원해주는 분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메세나로 결성된 팀인 만큼 시민들 뿐 아니라 문화소외계층에도 찾아가는 무대를 통해 꾸준히 재능을 기부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생각. 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갈 작정이다.
"우선 저희가 가진 재능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것이 멤버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또 이걸 계기로 누군가는 새롭게 도전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길 바라죠. 지역에 메세나 사례가 늘어나 건강한 음악 생태계 조성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이들은 지역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에 실력있는 음악 인재들이 너무나 많아요. 하지만 재능이 있어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나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죠. 예술계 전체에 기업과 예술인들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상생 사례가 되고 싶어요."
메세나로 탄생한 지역의 1호 클래식 그룹. 어깨가 무거운 만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끝으로 이들은 ‘선율이 위로가 되는 모든 곳에 함께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메세나 불모지에서 시작한 그룹으로써 느끼는 책임감이 커요. 우리가 잘해야 앞으로 좋은 사례들이 계속 이어질 텐데 하는 걱정도 되죠.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오기가 생깁니다. 연주자는 연주 실력으로 보여줘야겠죠. ‘광주 클래식’ 하면 김냇과 트리오가 떠오르도록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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