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폭우 속 우중기행 맑은 날 그 섬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됐다 [문득여행] 여수 낭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2년 11월 04일(금) 1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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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에 암운이 드리워졌지만 점심은 해결해야 했기에 정반대 쪽 도양읍 소재 한 식당을 찾았다. 그곳이 맛집이라는 언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주차를 한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테이블이 가득 차 있어 기다려야 했다.
조금 기다리다 자리가 나자 생선구이를 시켜 깔끔하게 접시들을 해치웠다. 오히려 접시를 너무 깨끗하게 치우다보니 종업원인듯한 사람이 와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남겨진 음식이 아깝기도 하지만 국물이 흘러내리는 등 잔반이 아무렇게나 흩어진 그릇을 치운다는 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깨끗하게 먹다보니 잔반을 치울 일이 없이 접시를 포개 치우면 돼 일손을 아낄 수 있어 좋아한 것으로 이해했다. 일하러 가든, 여행하러 가든 먹는 즐거움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도양읍은 가고자 했던 낭도와는 동서로 끝과 끝에 자리한 형국이어서 비경제적 코스가 됐다. 그럼에도 그렇게 움직인데는 맛이 가져다 주는 행복감을 쉽게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가뭄이 심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섬들은 식수난이 심해지고 있고, 농촌에서는 한창 모내기철인데 모내기를 못할 정도로 가뭄이 극심하다는 뉴스를 본 터라 이번 비는 일정 부분 해갈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같은 비라도 싫어지는 비가 있는데 이번 여정에서 만난 비는 싫지가 않았다. 물론 여러 장면의 사진이 날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는 했다. 더욱이 폭우로 인해 강풍이 세지면 그렇게 보고자 한 주상절리를 못볼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날이 맑은 날에는 섬과 섬을 잇는 대교의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기도 하는데 비 때문에 흐릿해져 웅장한 모습을 느낄 수는 없었다. 흐릿해진 교각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을 뿐이다. 고흥 영남과 여수 화정면을 연결하는 첫 번째 교각인 팔영대교는 그 규모만 봐도 웅장했다. 비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팔영대교는 영남면 우두에서 적금도 사이에 놓인 연륙교다. 팔영대교는 여수시와 고흥군을 잇는 11개 교량 건설 사업 중 하나로 건설된 다리로, 적금 ~영남간 도로 2.97km 구간 공사의 하나로 건설됐다는 설명이다. 총 연장 1340m에 주탑 높이는 138m에 이르며 2004년 11월 착공, 2016년 12월 개통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일대에 있는 교각 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팔영대교를 건너자 전망대가 나왔다. 화장실을 갈 겸 해서 전망대에 잠시 멈춰섰다. 전망대는 카페 건물이 그 역할을 하는 듯했다. 공원처럼 구성, 팔영대교와 그 일대 바다를 관망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그 전망대에 ‘섬섬여수’라는 아름다운 글자와 액자로 꾸며진 사진포인트가 있어 그곳에서 사진 몇장 담은 뒤 다시 길을 재촉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적금도를 더 둘러보고 이동했을텐데 가늘어지지 않는 빗줄기로 인해 바로 낭도로 들어갔다. 적금도를 둘러보지 못하고 이동해야 해서 아쉬웠다. 그나마 전망대에서 만난 ‘섬섬여수’라는 아름다운 말이 위안이 됐다. 비를 뚫고 적금대교를 건너 낭도로 들어가던 중 눈에 띈 ‘백리섬섬길’은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백리섬섬길’은 백리에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라는 의미이며, 전라남도가 전국 공모를 통해 정한 이름이라고 한다. 신안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가 이미 알려진 섬들이라면 이곳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일대는 막 알려지기 시작하는 섬들 같았다. 물론 날이 좋아지면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욕망이 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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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섬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낭도에 애착을 둔 이유는 주상절리도 있지만 갱번미술길 때문이었다. 여산마을 진입로 담벼락을 타고 그림이 설치된 갱번미술길은 공공미술의 하나로 시작돼 지금은 여산마을의 대표명사가 됐다. 여기다 마을 초입을 끼고 돌아가다 만날 수 있는 낭도 젖샘막걸리 또한 이곳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낭도 젖샘막걸리는 4대째 100년 동안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니 낭도 방문객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산품인 셈이다. 마을 진출입로가 비좁아 동네 주민들이 나와 교통을 정리해줘 큰 도움이 됐다. 비좁은 길을 가다가 차량끼리 맞닥뜨리면 난감해질 게 뻔해 보였다.
낭도 해수욕장과 장사금 해수욕장, 육지 끝자락 신비의 바닷길로 연결된다는 사도와 장사도, 추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언덕 위 캠핑장, 천선대, 신선대 등 유난히 둘러볼 곳이 많았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를 원망해야 했다. 날씨가 짖궂다보니 둘레길을 걷는 사람도, 캠핑족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스산했다. 옷이 흠뻑 다 젖어버렸다. 우산은 쓰나마나였다.
폭우처럼 내리는 비를 뚫고 주상절리 인근까지는 갔지만 너무 많은 비와 강풍, 파도가 더해져 더 이상 접근이 어려워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절개지에서 미끄러져 뒹굴기까지 했는데 폭우와 강풍, 성난 파도만 보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해서 안타깝기까지 했다. 낭도에서 폭우를 만났지만 풍경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꽤 오랫동안 머문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여수에서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둔병도(둔병대교)를 거쳐 조발도(화양조발대교)를 빠져 나와 화정면에 도달했다. 한참을 달려 여수 시내에 도착해 탁자 여섯개가 놓인 작은 횟집에 몸을 풀었다.
이번 낭도 방문은 우중 기행을 고의로 기획한 것은 아니다. 평생 제일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행해진 우중기행이 됐다. 비가 기획한 우중기행이 된 셈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라 했지만 이번 우중기행은 여정 자체를 빈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경험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기행이 된 것은 사실이다. 비오는 여행 때문에 맑은 날 낭도 여행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됐다.

2026.10.24 (토) 0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