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이상의 여성 작가를 선택해 ‘꿈의 우유’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꾸린 이번 ‘2022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 압도적인 여성작가의 숫자가 필연적으로 끌어내는 의미를 해독하는 일 못지않게, 영향력 있는 그 세계적인 무대가 여전히 소외시키는 ‘아시아’와 ‘중남미’를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 체실리아 알레마니의 경력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참여작가의 비율은 이탈리아와 미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른 나라 사람은 들어본 일 없는 이탈리아 출신 작고작가의 작품도 많고,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미술 전문가마저도 제대로 살펴본 일 없는 이탈리아의 1950~60년대 전시 내용도 곳곳에 침투해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 일하지 않는 관객에게는 전시의 모든 작품이 생소할 것이고, 작품은 그 낯선 세계로 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이런 코멘트는 불필요하겠다.) 알레마니는 본인의 현재를 만든 출신 지역의 역사와 작가, 이야기를 그 경중과 무관하게 스스럼없이 소환하고, 그 세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전시에 한국작가가 두 사람 참여했다는 것이 흥미로울 만큼 (물론 그들은 모두 여성이었지만) 어떤 의미로는 한없이 편협한 선택이 중첩돼 있었던 이번 전시는, 대형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선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낳기도 했다.
많은 작가를 참여시키고, 대규모의 공공기금이 투여되는 유형의 전시, 특히 ‘국제전’을 표방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는 늘 참여 작가의 국적, 인종, 연령, 성별의 비율에 대한 어떤 ‘균형감’을 요청받는다. 그것이 윤리적이고 유의미한 선택이며, 미술을 바라보는 기획자의 바람직한 태도인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예술담론을 선도하며 작가의 활동을 역사화하는 이런 유형의 전시가 가지고 있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힘이 그 위에 올라탄 이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이 세계로부터 배제된 창작자, 기획자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자처럼 지워지기 십상이므로, 이 플랫폼의 힘을 주목하는 이들은 그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세계가 설계되기를 강요한다. 기계적으로 구성하는 ‘통계’가 전시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하더라도 불필요한 비난의 화살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될 수는 있으므로, 기획자는 매뉴얼처럼 ‘통계적 균형’이라는 선택을 포기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므로, 편협함은 전시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주제를 발전시키고, 작가의 창작물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 기획자의 경우, 잘 모르는 세계의 창작자를 전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큰 위험부담으로 다가온다.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엮으려 한다면, 그 세계는 큐레이터가 말하려는 주제를 감싸는 포장에 그칠 뿐, 궁극적으로는 전시 안에서 의미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거나, 왜곡되기 일쑤다.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세계마저 포용하는 일은 대형 전시 기획자의 숙명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