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와 산이 조용히 해그늘 품어주는 곳 [문득여행] 부안 곰소·모항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2년 11월 04일(금) 1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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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갈 곳을 잃었을 때마다 끌어당겼던 곳이 부안 곰소, 모항, 격포 구간이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인연으로 비유하자면 일면식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부안은 필자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곳이다. 부안 바닷가가, 해안도로가 너무 좋아 빠져버린 경우다. 젊은날 왔던 부안은 남도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선 푸근했고, 복잡하지 않았다. 적당히 알려졌다는 것 빼면 손을 꼽을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좋았다. 그러면서 이만한 곳 찾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30년 넘게 잊힐만 하면 이 일대를 찾게 만들었다.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으나 마음을 붙여볼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들었다. 어느 날 내소사에 들렀다. 광주전남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남도의 그 숱한 사찰들을 내버려두고 이곳을 찾아 불자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도 여럿 만났었다. 오대산 월정사 및 광릉 국립수목원과 함께 국내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이곳의 전나무 숲길이 좋아서, 무려 수령이 1000년이나 됐다는 할머니 나무와 700년 됐다는 할아버지 나무가 좋아서, 봄에 피는 벚꽃이 좋아서, 대장금에 등장했던 연못이 좋아서, 5단의 석축으로 조성된 사찰의 가람구조가 마음에 들어서 등 각기 선호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사실 방문했던 7월15일 곰소에서 모항 구간의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오후 들어 30도에 이를 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격포를 남겨뒀던 이면에는 무더운 날씨가 한몫 단단히 했다. 격포만 가지고 얼마든지 많은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겠다 싶어 남겨놓았지만. 먼저 곰소를 찾아갔다. 곰소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젓갈로 한 이름 하는 곳이다. 포털에 곰소 젓갈을 검색해보면 옥션이니 마켓, 쿠팡, 11번가 등 줄줄이 잡히는 것만 봐도 이곳의 젓갈이 갖는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이곳 젓갈은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게 할 만큼 입소문이 자자하다. 곰소항 전체가 마치 젓갈 시장이 전부인 양하다. 곰소젓갈단지가 대규모로 구축돼 거리에는 온통 먹음직스런 젓갈들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곰소로 들어가기 전 곰소염전을 잠깐 둘러보고 몇 컷 촬영한 뒤 인근 곰소젓갈식품센터와 수산물판매센터를 둘러봤다. 곰소젓갈식품센터는 방문객 입장에서는 뭐하는 곳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일부 전시 박스는 비어 있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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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얼마나 무더웠던지 투어 초입부터 지친다. 이곳을 나와 곰소항 수산물 종합시장이 자리한 젓갈 거리로 이동했다. 곰소를 방문하면 나룻산 공원 등과 함께 반드시 둘러봐야 할 필수 코스다. 나룻산 공원은 곰소항을 조망하는 동시에 한 이름하는 해넘이 최적의 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젓갈 거리에서 토하젓 꼴뚜기젓 황석어젓 명란젓 낙지젓 창란젓 어리굴젓 바지락젓 아가미젓 등 다양한 젓갈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시장통 어귀에서는 맛깔스런 갈치가 말라가고 있는 듯했다. 젓갈류에 문외한이라는 점을 고백하면서 갈치액젓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시장통을 빠져나왔다. 포구 선착장 쪽으로 이동했다. 어부들은 온데간데 없고 갈매기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채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듯 장관을 이뤘다. 사람의 때가 탄 건지 카메라를 들고 옆으로 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바다새들은 이제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듯 보였다. 여전히 곰소는 예전의 푸근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억 속의 곰소는 현실 속 곰소와 낯설지 않아 좋았다.
곰소를 뒤로 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이동하며 무수히 많은 부안 바다 풍경의 진수를 누렸다.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급격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소와 모항 구간 해안도로에서 접한 풍경은 그렇게 많은 변화보다는 서서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문명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듯해 다행스러웠다.
경관 쉼터 등이 들어서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못 보던 몇몇의 건축물 역시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한번 파괴된 자연은 다시 복원하기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되도록이면 원형 그대로 자연 풍경이 후손들에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름은 길어졌고, 날씨는 포악해졌다. 일상의 번잡함은 해수욕장 한번 마음 편하게 놀러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항행은 해나루 가족호텔이 내려다보고 있는 모항 해수욕장을 구경하고픈 마음이 앞선 증거다. 해수욕은 못하되, 올 들어 처음 방문하는 해수욕장이다. 도착하니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항해수욕장은 그리 크지는 않으나 호텔과 펜션 등이 어우러져 호캉스를 하거나 이 일대에서만 머무르며 며칠 쉬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호텔 입구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한 풍경을 거뜬히 해낸다.
해수욕장과 호텔, 소나무숲을 열심히 오가며 구경하고 사진에 담았다. 발을 담궈보지는 못했으나 사진 몇장을 건져 빠져 나왔다. 오는 길에 작당마을과 왕포마을을 둘러봤으며, 휘목미술관도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락해가거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변화해간다. 처음 접했던 곰소와 모항은 아담하게 다가왔다. 급격하게 커졌다든가 하는 것은 없는데 해안도로 곳곳에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연 그대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쉬울 것이고, ‘산과 바다만 있어가지고는 관광지가 아니지’하는 사람들은 멋있는 커피숍이나 호텔 및 리조트 등 양질의 숙박시설이 더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틀렸다고 볼 수는 없고, 다르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건축물은 허용될 수 있겠으나 난공사나 난립이라고 하는 개발 방식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는 이곳이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 일대 에 사는 사람들이야 불편하기 보다는 최첨단 문명의 혜택으로 편하게 사는 게 최고의 선일 것이겠지만. 사는 내내 힘겨울 때 복잡한 생각은 놓아두고, 차를 몰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명승지로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문했던 날, 바다와 산이 조용히 해그늘을 품어주는 곰소와 모항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스스럼없이 그늘을 내어주고, 겨울에는 멋있는 바다 풍경을 보며 따뜻한 커피와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는 시간과 다시 조우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2026.10.10 (토) 2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