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당당하게 표현…연극 통해 새로운 세상 만나죠"

[신문화탐색] 푸른연극마을 젊은 연극인들 오새희&송한울
2020년 ‘개복숭아꽃’…2021년 ‘꿈, 어떤 맑은 날’ 등
연기·연출·극작 국한되지 않은 다재다능한 면모 뽐내
지역 예술 환경 개선 강구…"종합 예술에 도전"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4일(금) 16:51
(2022년 9월 제112호=김민빈 기자)"수년째 참여해온 행사지만 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올해는 전주와 부산, 대구에 이어 광주에서 공연을 했는데, 여러 지역을 돌며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는 묘미가 있어요. 같은 극이라도 관객들의 정서가 다르거든요. 광주에서 웃음을 자아낸 장면이 다른 지역에선 전혀 다른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푸른연극마을은 올해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무대에 올렸다. 새희씨는 ‘소년’역의 내레이션을, 한울씨는 포스터와 리플릿, 굿즈 디자인과 무대 장비, 세트 설치 등에 힘을 보탰다.
푸른연극마을은 1993년 창단 후 30여 년간 광주·전남을 주무대로 민간 소극장운동을 주도해왔다. ‘사평역’, ‘부용산’, ‘옥주’ 등 수준 높은 정기 레퍼토리를 비롯해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있다-잇다 페스티벌’ 등 다양한 연극 행사, 시민들과 함께하는 인문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선보였다. 송한울, 오새희씨는 극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주역들로, 배우와 연출, 기획 등에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새희씨는 지난 5월 5·18민주화운동 42주기 추모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에서 계엄군 출신 과거를 가진 정하의 딸 영은역을 연기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극의 중심인물로 역할의 책임이 막중했다.
오씨는 "공수부대였던 아버지를 둔 영은의 심정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면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송한울씨는 올해로 11년차 연극인이다. 본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작가 또는 출판 쪽 일을 꿈꾸던 학생이었던 그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푸른연극마을 단원으로 활동하던 친누나가 만들어준 우연한 계기로 연극과의 연이 시작됐다.
"어느 날 누나가 ‘알바 한 번 하지 않을래’ 해서 따라왔다가 지금까지 발목이 잡혔네요.(웃음) 원대한 포부는 없었는데 하다 보니 매력에 빠졌어요. 원래 책과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연극은 생소했거든요."
22세부터 본격적인 극단 활동을 하게 된 그는 2017년 ‘질식’으로 연출에 데뷔, 2018년 연극 ‘있다-잇다 페스티벌’ 2인극 단막극전에서 최장우 연출가와 ‘더 킬러스’를 함께 연출하는 한편, 2018년 ‘그들의 새벽’에서 처음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연극 ‘고백’과 틀을 같이 하는 작품으로, 구두닦이 영수역이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배우가 아니다’ 못 박고 싶었던 거 같아요. 연출이나 극본 일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역할이 너무 안 구해지니까 오성완 선생님이 저를 부르셨죠. 자아를 가진, 서사가 있는 캐릭터는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새희씨는 22살이던 2018년 연극에 입문, 그 해에 첫 주연작 ‘부용산’을 만났다. 박기동 시, 안성현 작곡의 가곡 ‘부용산’의 탄생 비화를 음악적 요소와 몸짓을 가미해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주인공 연희 배역을 찾다가 얼떨결에 맡게 됐어요. 솔직한 심정으로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죠. 걸음마를 막 뗀 아기한테 뛰라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돌이켜보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한편으론 22살의 저라서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노련하지 않은 순수함이 가능케 한 역할이죠."
그런가 하면 2018년 ‘부용산’은 한울씨에게도 의미가 깊다. 지금껏 극단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라고.
"공연 후 영상으로 봤을 때도 재밌는 공연은 드문데 나중에 봐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나 작업자들 간의 교류가 훌륭했습니다."
새희씨에게 연극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껏 필연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을 터다. 푸른연극마을 오성완·이당금 대표의 하나뿐인 외동딸이 그다. 어릴 때부터 무대와 가깝게 지내오다 보니 극장과 배우들의 모습은 밥 먹고 학교에 가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연극을 절대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다른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대무용을 전공했지만, 대학 공부를 하면서 장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학교를 휴학하고 광주에 내려와 어머니 일을 도우려 극장에 나왔어요. 그때만 해도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했죠. 그러다 우연히 ‘너릿재 연가’라는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원래 남들과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바뀌더라고요. 남들 앞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다양한 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제 모습을 긍정적으로 느꼈죠."
그는 지난 2021년 아르코의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음악시극 ‘꿈, 어떤 맑은 날’을 연출했다. 5·18 소재를 주입식 방식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관점에서 그린 작품이다. 무용, 성악 등을 전공한 동갑내기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춤, 영상, 시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풀어낸 극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는 누구의 피드백도 없이 저희 생각만으로 만든, 날 것 그대로를 무대에 올렸어요. 기회가 된다면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한울씨는 2020년 극작가로 첫 희곡 ‘개복숭아꽃’을 선보였다. 소중하게 간직하는 마음 속 가치들을 외부 요인들로 인해 잃어버리게 될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기억 속 그리움이 서린 공간이 사라져 간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어릴적 경험과 오르페우스 신화 등을 반영했다.
"우리는 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꿈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고 갈등하는 게 삶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자화상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싶네요."
그는 최근 여순사건을 소재로 규모있는 희곡을 집필 중이다. 올 초부터 자료조사를 시작해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을 짜논 상태다. ‘인간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저는 원래 본질적인 걸 추구해왔습니다. 사회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관찰하기 좋아하고요. 이번 작품의 소재는 역사지만, 개인의 서사 속에 역사가 있는 거예요."
지역 연극계를 이끌어갈 귀한 자산과도 같은 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연극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들은 여러 문제 중에서도 공동체성을 상실한 예술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년 예술가들의 지역 이탈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예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동체가 상실돼 버린 예술 환경 자체라고 봅니다. 지역의 강점은 사람들의 관계성과 공동체의 끈끈한 결집인데, 그것마저 사라지면서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황이에요. 남은 사람들이 뭉쳐서 회복을 강구할 필요가 있죠. 요즘에는 타 장르 예술인들과 더 많이 교류하려는 편이에요. 지역 내에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가능한 예술이 연극이다. 두 사람은 이런 연극을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죠. 연극을 한다고 해서 연기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연출이든, 극작이든, 무용이든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종합 예술에 도전할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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