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하며  꾸준한 작업 펼치는 작가 될 터

[아트인]추상 미학 추구 박정연 화가
마흔에 늦깎이로 붓 잡아 두차례 개인전 열어
유년기부터 화가 꿈…구상서 출발 추상 안착
“올해 전시보다는 작업에 치중할 생각”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6월 29일(목) 18:23
(2023 6월 121호=고선주 기자) 광주는 한때 비전공자들의 무덤이었다. 예술계를 두고 한 말이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비전공자 출신들이 행세하기가 어려운 곳이 광주예술판이었다는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제3의 장르로 전락한 문학 장르만 국문학이나 문예창작 등 전공자 중심이 아니라 등단 여부로 가려지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는 형국이다. 근래들어 문학 분야 외에 이런 전공자 중심의 철옹성이 조금씩 와해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지배하는 예술적 소통 방식은 그 장르에 건강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결과론적으로 체질 약화를 불러와 결국 그 장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예술판에서 가끔 만나는 비전공자 출신으로 일정 성취를 이루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아트인 코너 대상으로 물색한 화가 역시 그렇다. 미술학 전공자가 아니라 영문학 전공자로 뒤늦게 자신이 유년시절부터 희망했던 미술로 돌아와 창작 활동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전남 여수 출생 박정연 작가가 그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일터이자 작업실이 있는 광주 서구 화정동 소재 화수분 아카데미 1층 사무실 겸 작업실을 찾았다.
박 작가는 다른 화가들이 조기에 미술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일찍 입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이 한충섭 선생님이었는데 현직 화가였고 미술대학 진학 준비를 언급했을 정도로 그림을 못그리지는 않았다고 밝힌다. 초등 5학년과 6학년 때 미술반 활동을 하며 어린 마음에 화가는 다른 사람의 꿈이 아니라 자신이 가고자 하는 꿈으로 의심 한번 하지 않았다. 그 무렵 일본 학생과 교류가 이뤄졌고,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머문 학생의 작품이 한동안 벽에 걸려 있었던 기억까지 잊지 않았다. 그 시절 그는 여수 항포구에 배가 많이 정박해 있었는데 그 풍경을 많이 그리며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갈 무렵에 일이 터졌다. 중학교 때까지 미술을 놓지 못했으나 장녀이자 거기다 공부도 제법 잘해 모친이 극심한 반대를 하는 바람에 미술이 특화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여수여고에 진학한 뒤 잠시 미술을 내려놓고 일반 학생으로 지냈다. 그러나 간간히 그림을 그렸지만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동기들은 미술학과와 디자인학과로 많이 진학했지만 그는 미술 관련학과가 아닌,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해 대학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다시 미술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느라 분주했기에 다시 붓을 잡을 여력이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살아오면서 늘 그림에 대한 욕구를 느꼈지만 마흔이 돼서야 붓을 잡을 수 있었어요. 사과나 양파 등 정물 그림을 그리면서 자화상을 그렸죠. 사교육 업계에서 25년 동안 영어과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미술에의 꿈을 계속 키워왔어요. 아카데미 센터 속 숍 개념인데 아카데미측에서 이해를 해줘 이곳을 작업실로 쓰고 있네요.”
‘Now&Here’

온라인 스칼렛 갤러리(scarlet gallery)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구상을 마스터한 후 자연스럽게 비구상으로 넘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는 했다. 추상표현주의나 개념주의 등을 추구하지만 구속되지 않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은 아웃사이더이지만 미술 덕분에 행복한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됐다고 귀띔한다.
그는 송준석 전남도립대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광주 수완지구 소재 엠파시갤러리의 프리랜서 갤러리스트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미술적 경험을 더욱 풍족하게 채워 넣었다. 여기 활동을 하면서 기존 작가들이 편견없이 대해줘서 좋았다는 반응을 숨기
지 않았다. 그들의 작업 노트를 영어로 번역을 해주는 가 하면, 대학원 미술관련 박사학위 논문 초록을 봐주기도 하면서 기존 화가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번역 담당도 5건 정도 하는 등 재능기부 역시 앞장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유튜브나 각종 관련 저서, 모마 시스템 등을 두루 살피면서 미술전반을 공부했다. 그래서 작품 세계 구축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이유다. 전공자 못지 않게 공부를 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전공 부분을 채워넣은 셈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가 회화작업에 얼마만큼 진심인가를 직감할 수 있다.
“비전공자이지만 제도권 틀에 얽매이지 않고 5년째 추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구상으로 임했습니다.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비구상에 추상으로 넘어온 것이죠.”
그에게 유야무야 영향을 끼친 미술계 인사는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와 추상화가인 신철호씨를 꼽을 수 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기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끌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체감했던 계기가된 것으로 보인다. 신철호 작가는 추상의 대가여서 자신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추상작업에 대해 확신도 갖게 됐다고 한다.
특히 빨대나 욕실 쫄대로 캔버스를 긁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돼 깜짝 놀랐다는 설명이다. 신철호 작가의 경우는 패브릭 콜라주 페인팅 작업을 펼쳤는데 이를 어깨너머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대상이었고, 현대미술에 눈뜬 계기가 됐다.
“신철호 작가의 작품 영향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의 작품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죠. 신철호 작가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는 작품을 하는 데 있어 정말 재능있는 분들이 너무 많더군요. 저는 물감을 가지고 표현하며 놀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미술하는 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선배들이 꾸준하게 활동하는 만큼 인정해 주지 않을까 싶어요.”
‘Love is everything’

처음에는 반구상을 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꽃을 그리되 엄청 크게 처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구상과 추상이 혼재한 그림 양상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구상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삶의 여유가 자신에게 주어지면 다시 해볼 요량이다.
그는 현재 가정과 영어 수업, 미술작가라고 하는 세가지 삶을 동시에 끌고 가고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우며 이 모든 것들의 균형을 맞춰서 가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근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감이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어서다. 그렇지만 영감이 떠오르면 그림을 휘몰아쳐서 작업을 하는데 이때는 진짜 행복하다는 속내다. 그에게는 이에 앞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할 숙제로 보였다. 이어 그에게 ‘미술은 무엇이냐’고 묻자 미술을 희망이자 치유하는 시간, 그리고 자기자신을 만나는 통로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비전공자이지만 이제는 신경 쓸 계제가 못된다. 벌써 2회 개인전을 열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서구 매월동 소재 목담미술관에서는 ‘아이와 내가 만나다’라는 타이틀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올 4월3일부터 13일까지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2층 내에 자리한 화해갤러리에서는 ‘Now&Here’라는 주제로 제2회 개인전을 성황리 열었다. 제1회 개인전 때는 콜라주 페인팅을 시도한 작품들이 많았고, 제2회 개인전 때는 추상 중심의 작품을 출품해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화가로서의 평가와 계획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솔직담백하고 꾸밈없이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로 평가를 받기를 희망해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이런 작가가 있었구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제 꿈이죠. 그리고 올해는 전시보다는 작업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주어지면 서양화와 미학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미술역량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할 거예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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