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연결된 우리의 삶

-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부처 -
[칼럼] 무등로에서
박보나서울대학교미술관 학예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8월 02일(수) 15:48
물은 어느 곳에든 쉽게 침투한다. 물은 양가적이다. 물 없이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지만 너무나 쉽게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유약하지만 밀려오는 쓰나미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정도로 강하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예술을 생명의 근원 ‘물’에 비유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은 보잘것 없는 힘이지만 바위를 뚫고, 철을 녹슬게 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소리는 작고 유약하지만, 그 목소리가 반복되기도 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본전시는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들을 조명한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위로하고자, 지역적인 문제를 나누며 다른 존재와 연결되고자 하는 작은 목소리들, 삶의 필수적인 자주권, 인권, 보고 듣고 소통하는 방식 등을 부드럽고 여리게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물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 방식은 대양의 파도와 같이 강렬할 수도, 도시의 강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을 수도, 깊은 산 속 물줄기처럼 조용하고 명상적일 수도, 새벽의 해무처럼 뿌옇지만 동시에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는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초대된 작가들은 개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정치적 상황, 자연, 그리고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나간다. 가나계 영국 작가인 래리 아치암퐁은 지난 3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팬데믹이 모든 인종에게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았음을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말한다. 에밀리아 스카눌리터는 아마존 강을 유영하는 인어의 형상으로 아마존강의 돌고래와 교감하고 서로 다른 물줄기가 만나는 형상을 포착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알리자 니센바움은 마당극 놀이로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고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있는 놀이패 신명 배우들의 모습을 초상화로 담았다. 작가 특유의 밝지만 차분한 색감으로 담은 신명의 배우들 모습은 일상의 모습과 역할에 몰입, 감정을 가다듬는 모습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전 세계 다양한 지역 출신의 79명의 작가들은 고유한 문법을 통해 물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새로운 담론이나 형식을 제안한 전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의 상황을 각 작가들만의 정돈된 방식으로 차분하게 풀어나간 전시였다. 또 광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상처가 인류의 보편성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로 분리되더라도 다시 만나고 이어지는 물의 속성처럼 전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고, 서로 비슷한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언젠가는 반드시 연결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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