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딜레마 극복…꿋꿋하게 제 길 갈 것

[신문화탐색]대안공간 '산수싸리' 운영 김민지 기획자
대안공간 '산수싸리'·파출소 레지던시 운영 지속
뒤늦게 미술이론 전공…열악한 여건 속 행보 귀감
사회적 관심 저조 등 숙제 산적 책임 커 고민 거듭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8월 02일(수) 18:00
(2023 7월 122호=글 고선주 기자)문화예술은 사전적 의미로 음악·미술·공연·전시 따위의 문화적 활동과 관계된 예술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사전 속 정의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 공간 속 문화 예술은 사전처럼 간단하게 규정될 수 없다. 삶과 창작 혹은 관련 활동이 적절하게 조화될 때 예술의 조건이 부합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조건이 부합되지 않는다면 생계를 위한 활동을 별도로 감수 혹은 감내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예술인들이 이런 최적의 조건에 부합될 수 있겠는가. 보편적으로 예술이 생계를 보전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어서 많은 예술인들이 생계전선을 넘나든다. 예술활동을 하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재질도 있고, 끼도 있고, 아이디어도, 열정도 있지만 생계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심한 갈등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해 우울의 수렁에 빠지는 사례들이 많다.
이처럼 문화예술 활동과 생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듯 그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가 있다. 예술에 대한 확신과 소신 만으로 현실의 한계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는 뜻이다. 힘겹지만 문화예술을 놓지 않고 뚜벅이처럼 열악한 현실을 정면으로 맞서며 소신있게 가는 것 말이다. 2019년 ‘동구 전통시장 청년창업 지원사업’ 문화파트에 선정되면서 다른 청년 2명과 의기투합해 처음 존재를 알린 대안공간 ‘산수싸리’. ‘산수싸리’를 주도했던 김민지 독립기획자 겸 전시 공간 운영자. 그는 ‘산수싸리’ 대표를 맡아 어려운 현실 속 문화예술의 지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펼쳐왔다.
그의 사무실 겸 전시공간은 광주극장 옆 골목 인문사회과학예술서적을 취급하는 독립서점 ‘소년의 서’와 ‘영화의 집’을 지나 자리하고 있다. 산수싸리는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협업을 통해 동력을 얻고 프로젝트를 구현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2일 파출소 레지던시를 기획, 성사시켰다. 방치돼 있던 월산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전민준(조각), 정덕용(설치), 정한결(사진)씨 등 청년 3명의 작가를 선정해 운영에 들어갔다. 김 대표가 물질적으로 풍족해 이뤄낸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물질적으로 어려운 처지다. 어렵다보니 지난해에는 식당이나 파스타 가게에서 알바를 뛰면서까지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가 운영하는 두 공간은 수입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 계속해서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공간에 대해 지출이 발생하다 보니 그것을 막고 나면 생활을 할 수 없어 찾은 선택지였던 셈이다. 그런데 그는 산수싸리를 위해 어렵지만 한발 한발 앞으로 끌며 나아가고 있다. 그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도전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산수싸리 골목

산수싸리 내부

그는 예술창작자가 아니다. 유년 시절부터 미술을 꿈꾼 것도 아니다. 고3 수능 전까지 심리학도가 꿈이었다. 모친이 미술대학을 가면 재미있는 부분들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하면서 그의 삶은 미술이론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던 것이다. 수능 이후 선택한 것이 미술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창작 분야에 진출하는 예비 미술인들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선택이었다. 결국 그는 미술이론을 선택해 2010년 전남대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아 방황의 시간을 보내지 아니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재미있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음악이나 영화를 좋아했기에 미술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미술을 멀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거리감을 좁히는 고민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 노력의 하나가 아마 2012년 휴학을 한 뒤 광주비엔날레에서 한 도슨트 활동이 아닌가 싶다. 크고 작은 경험을 한 뒤 2015년 미술이론 전공을 마칠 수 있었다. 바로 사회로 진출하지 않고 그는 동 대학원에 진학했다. 늦게 터진 미술에 대한 열망을 학문으로 일부 채워갈 수 있었던 시기였
다. 이후 학예사의 길을 가고자 해 우연히 광주시 유망주 문화기획자 양성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관심있던 기획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를 거친 뒤 2017년 5월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에 합류해 미술현장에서의 전시기획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그해 9월 전시기획을 실행했다. 그때 한 전시는 ‘Ar.txt’였다. 음악이나 문학처럼 직관적 감흥을 부여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문학이나 철학서에 나오는 문장들을 낚싯줄에 매달아 패널에 새겨진 그림하고 겹쳐 보이게 하는 실험을 실현시켰다. 이게 그에게는 첫 기획전이었다. 오버랩에서의 활동은 기획자로서 출발점이자 첫 단추를 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에게 독립기획자로서의 삶이 궁금했다. 독립기획자는 물론이고 공간운영자 및 관련 프로그램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속시켜야 하는 숙제에 대해 잊지 않고 들려줬다.
“독립기획자이기 전에 공간 운영자의 삶으로 보면 됩니다. 지금 공간 운영자로서의 삶을 비중있게 걷고 있어요. 독립기획자는 자기 관심과 심층있게 전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등 특화된 포지션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공간 프로그램이나 운영을 지속시키는데 많은 것들을 투여하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큐레이터보다는 독립기획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거죠.”
2019년 산수싸리 큐레토-리얼리즘 행사 진행

그러면서 가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독립기획자로서의 삶은 우선 불안한 삶의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것은 일정한 수입같은 것이 있기보다는 불규칙적이기 때문으로 이해됐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김 대표는 때로는 ‘이 길이 맞는 선택인가’ 자문하곤 한다. 주변에서 ‘힘들어 보인다’고 하는 반응도 익히 알고 있다. 다만 연구나 리서치 같은 것에 집중하면 좋은데 그럴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만 사람들에게 보여질 때 어떤 깊이나 귀감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해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전언이다.
공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김 대표. 대안공간을 운영한 지 5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점은 앞서 언급한 고민이다. 그 고민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고민은 산수싸리가 시작 지점이자 끝 지점으로 읽혔다.
“공간을 지속시키면서 일정 성과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책임감이 작지 않아요. 지역에서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은데 세세한 관심이 태부족해요. 관할 구청인 동구에서 관심을 조금 주셨으면 해요. 지금 입장에서는 조금의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간혹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는 아예 ‘맨 땅에 헤딩’하는 형국으로 공간을 지속해가고 있는 듯한 행간이 읽혀졌다. 자신의 친구들과 비교될 때 혼자만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또는 충장로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그동안 모아둔 돈이 다 소진돼 버린데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슬럼프가 강하게 오지만 그래도 주변의 작가들께서 산수싸리의 의미가 크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용기를 얻는다고 밝힌다. 그에게서 ‘가볼 때까지 가보자’는 각오 같은 것이 포착됐다.
“혼자서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누구를 위해 이런 길을 가는가’ 할 때가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알바를 하며 버텼듯,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해보려 합니다. 예술 노동자 역시 노동자이지만 이 노동으로는 어떤 수익이 발생되지 않아 돈을 버는 노동을 별도로 따로 해야 하니까 계속 딜레마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러나 결코 현실적 딜레마에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제 길을 끝까지 갈 겁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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