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밀히 보며 고민 해결…할 수 있는 것 다 한다 [이사람]청년문화기획단체 ‘면밀’ 조수현·이단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3년 08월 30일(수) 1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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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떠올리면 따라붙는 생각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것이다. 이력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 기세가 읽힌다. 다르게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면밀만의 방식으로 해소한다.
광주에서 태어나 자란 두 청년은 활동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을 발전시켜 실현해나간다. 그렇기에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문득 의문을 갖게 돼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지울 수 없을 때, 거기가 이들 활동의 시작점이다.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아이디어 속에서 관통하는 주제를 찾으면 리서치를 기반으로 기획에 들어간다. 두 청년이 내놓는 기획 프로그램의 범위가 참으로 넓은 이유다. 청년문화기획단체 면밀의 조수현, 이단비씨가 그 주인공이다.
면밀이라는 명칭은 ‘면밀히 찾아본다’는 의미다. 이름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 활동을 해온 이단비씨와 동신대 공연전시학과를 다니면서 문화예술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조수현씨가 뭉친 면밀은 지난 2017년 청년기획자 양성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계기가 돼 프로젝트팀 면밀을 결성했다. 둘 다 베이스가 공연이고 연극을 좋아해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다. 이들은 ‘광주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광주’하면 떠오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공통의 관심사인 연극을 다뤄보자는 의견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거듭된 고민의 끝에는 늘 5·18민주화운동이 있었어요.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우리가 그 시대에 다가가 ‘5월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죠. 솔직히 자료수집을 시작하던 때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조수현, 이단비)
그렇게 2019년 광주지역 연극단체의 오월극에 관한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집 ‘다시, 광주’를 발간한 데 이어이듬해 동명의 구술채록집을 펴냈다. 극단들과 접촉해 자료를 수집하고 초연 실연자들을 만나 배우의 입으로 직접들은 오월극에 대한 스토리가 책에 담겼다. 각 극마다 기획 및 연출의도, 시놉시스, 제작자와 출연자 명단, 포스터와 신문기사, 공연 사진 등 상세한 내용이 다뤄져 1980년 5월을 겪지 않은 세대가 광주의 오월극을 기록화하는 작업을 해냈다는 점에서 지역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나아가 이들은 프로젝트팀에서 단체를 설립, 같은 해 방치돼 온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 옥상을 지역 소모임 아지트로 활용하는 ‘옥상낙원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림 동호회 등 소규모 모임이 이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옥상낙원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를 했다. 또 청년예술인의 삶을 뮤지컬로 풀어낸 ‘예술인 표류기’에 출연해 그간의 고민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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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오월극 아카이브 자료집과 실연자 인터뷰를 망라한 ‘오월극 기록기’를 출간했다.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주목해 전시회를 개최, 각종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올 3월에는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린 광주전남여성대회에서 38성평등디딤돌상을 받았다.
그 사이 광주 남구 월산동에 자리를 잡아 작업실 겸 공유공간 ‘북적북적’을 운영하고 있다. 조수현, 이단비씨는 현재 예술인 파견지원 예술로 지역사업에 예술인으로 참여 중이다. 이들은 기업, 기관과 예술협업을 하며 조직의 이슈를 해결하거나 브랜딩, 콘텐츠 개발, 공간 활성화 등을 실행하면서 면밀을 이끌고 있다.
면밀은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월산동 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터를 잡은 이곳은 도시재생사업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돼왔고, 여러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여전히 침체해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운영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됐다.
“북적북적 앞에 마련된 벤치에 동네 어르신들이 항상 앉아 있으셔서 쓰레기가 있으면 줍게 되고, 더운 날에는 마실 음료를 챙겨드려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제가 변화한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죠. 우리가 변한 만큼 어르신들도 마음 열고 대해주시고요. 면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참여를 넘어 어르신들 머릿속에 북적북적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됐죠.”(이단비)
면밀이 오는 10월까지 운영할 생활문화활동 증진 프로그램 ‘도란도란’은 단순히 마을을 꾸미고 홍보하는 사업이 아니다. 월산동 어르신이 참여대상인 ‘달할미와 달청춘 이야기’는 어르신들 만의 요리법을 공유한 뒤 레시피북을 만드는 요리교실, 동네 이야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들려주고 책으로 엮는 동화짓기, 마을공동체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보는 달뫼반상회 등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이 끝난 11월에는 결과공유회가 마련돼 참여자들이 만든 레시피북과 동화책을 만날 수 있고, 이 서적들은 지역 독립서점 등을 통해 유통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면밀은 ‘기획자의 삶’을 다룬 연극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역할의 애매모호함을 극으로 녹여낸다. 스스로 기획자라는 역할을 해내며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가도 막상 현장에서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일이 부지기수인 점에 주목한다. 어떤 장르든 문화예술활동에서 기획은 꼭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예를 들어 배우는 배우의 역할을 하듯, 기획자도 기획을 하면 되는데 기획자가 당연히 기획 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 참여자 모객, 사업비 정산 등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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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는 과연 기획서와 보고서를 쓰고, 쓴 돈을 정산하는 사람인 걸까요. 예술인들은 예술인활동증명을 발급받아 그 지위를 인정받는데 반해, 기획자의 영역은 모호해요. 소위 서류 작업과 예술 활동 사이, 그 어디쯤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기획자의 삶을 투영한 연극을 제작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기획자의 삶을 무대로 옮겨보기로 했어요.”(조수현)
조수현, 이단비씨는 자유로움이 이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면 그 단체의 방향대로 따라가기 마련인데 면밀은 의견이 다르더라도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생각을 뻗치고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기획자, 예술인 등이 면밀에 자발적으로 모이는 점도 이 덕분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고민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지속적으로 집중해나갈 각오다.
“면밀의 활동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거라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변화하고 그걸 본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다면 그게 예술이죠. 고민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다 보면 사회는 저절로 변화하지 않을까요. 그게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면밀이 갖는 고민들이 어떤 활동으로 이어질지 기대해주세요.”(조수현, 이단비)

2026.10.24 (토) 1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