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 잊지 않도록 국악 지켜나가고 싶다

[음악공감]첫 작곡발표회 연 국악인 김아성 작곡가
광양시립국악단 2010년 입단 건반·악보계·작편곡
관현악곡·가요·동요 등 장르 넘나들며 활동 활발
'우공이산' 마음으로 국악의 진정한 멋 확산 주력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9월 25일(월) 15:40
(2023 8월 123호=글 정채경 기자)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꾸준히 한 가지 일에 매진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우공이산’의 의미를 되새긴 작곡발표회를 최근 마친 이가 있다. 국악 동요와 실내악, 관현악 등을 작곡해온 김아성 작곡가가 그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쿵짜작 쿵짝’ 등 다양한 곡을 내놓으며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작곡가가 지난 7월17일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에서 ‘인생 첫 작곡발표회’를 선보인 것.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작곡을 시작해 23년간 작곡을 해온 그동안의 발자취를 담아내기 위해 작곡발표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으로 지원받아 마련된 이번 무대에서는 국악실내악과 해금독주, 피리2중주, 국악가요 등을 들려줬다.
특히 첫 작곡발표회에는 따끈따끈한 국악가요 2곡을 무대를 채웠다.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꿈애’와 ‘사랑 꽃피우다’는 판소리 ‘춘향가’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이다. ‘꿈애’에는 이별가를 주제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임을 향한 절실한 마음이, ‘사랑 꽃피우다’에는 사랑가를 주제로 사랑하는 이에게 노래를 빌어 진실한 마음이 각각 담겼다. 이별가와 사랑가라는 상반된 주제를 다루지만, 두 곡 모두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곡들이어서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틈틈히 발표해온 곡들도 함께 관객들을 만났다. 국악실내악곡 3곡중 ‘Sunshine’은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실내악곡으로 위촉된 작품으로, 햇빛과 햇살이 주는 따사로움과 행복을 표현했다. 듣는 이들의 마음이 한결 따뜻할 수 있도록 신나는 리듬과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국악실내악곡 ‘Epilogue’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과 그러면서 마주할 날에 대한 길라잡이를 제시한다. 항상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고 행복의 나날이 연속인 꽃길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슬픔과 절망이 없는 저 먼 곳으로의 여행을 이 곡을 통해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피리2중주를 위한 절명시’는 광양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위촉 초연된 ‘매천’을 피리로 재해석했다. 매천 황현 선생은 조선 후기의 우국지사(憂國之士)인 학자이고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피탈되자 국치를 통분하며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한 인물로 매천의 절명시를 피리 2중주로 연주했다. 해금독주곡 ‘비감’은 비감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악기가 단연 해금이라 생각해 가장 애절하면서 구슬픈, 한 많은 이야기를 해금선율로 선사했다.
그가 만든 곡으로 무대가 구성된 적은 다수 있었지만, 한 시간 동안 레퍼토리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여러 곡들 가운데 관현악곡을 만들었던 곡을 피리 2중주로 새롭게 편곡해 선보였는데 본래 관현악곡보다 더 좋아 다행이었다며 안도했다. 또 연주자들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무대를 빛내게 해줘 고마웠다는 소회도 잊지 않았다.
“같이 근무하는 광양시립국악단 단원들과 제 제자들이 이번 작곡발표회를 위해 참여해줬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서 작곡발표회를 본격적으로 3월부터 준비해 공연 전날까지 했어요. 연주자들과 공연 전날 딱 하루 맞춰봐서 다들 아쉬워하며 내년에는 제대로 맞춰보자고 했죠.”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국악보다는 클래식에 먼저 발을 들였다. 피아노를 좋아해 클래식 연주에 두각을 나타내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작곡에 흥미를 느껴 자연스레 음대 진학을 꿈꿨다. 그러다 우연히 퓨전 음악을 접하게 됐고, 국악 장르의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작곡 전공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재학 중 국악실내악단에서 작·편곡, 건반 연주 활동을 하게 됐다.
'우공이산'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김아성 작곡가의 첫 작곡발표회

이후 동 대학원에서 지휘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작곡으로 박사과정 수료, 이태리 밀라노 아레나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지휘과정 디플로마를 수료하는 등 작곡과 함께 지휘로도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금파무용단 무용극 남원연가 작곡 및 음악감독과 퓨전국악뮤지컬 귀묘설화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정동원 ‘사내’ 앨범의 ‘뱃놀이’ 국악버전을 편곡했으며, 제21회 울산시 동요사랑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명지대 미래융합대학 객원교수로 전북대 한국음악학과와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광양시립국악단에는 지난 2010년 입단, 햇수로 14년째 단원으로 활동하며 건반과 악보계,작·편곡을 맡고 있다.
그는 머릿 속에 그리던 음악을 악보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중 새로운 무언가를 떠올리는것, 그것들이 소리로 완성돼 귓가에 들리게 되기까지의 작업이 항상 흥미롭다고 한다. 연주자와 공연장의 분위기, 날씨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음악이 새로워지는 게, 원했던 음악 이상의 연주를 감상했을 때의 짜릿함에 매력을 느껴 작곡을 계속하고 있다.
작곡은 아무 것도 없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같이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 내야하는 작업이고, 편곡은 작곡된 멜로디에 맞는 악기들을 배치해 연주를 만들거나 작곡한 멜로디를 다른 형식으로 바꿔 꾸미는 작업이어서 둘다 흥미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만들 때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그게 국악을 대중에게 더 가깝게 갈 수 있는 길이라 여겨서다.
“국악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벗어나게 하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곡을 하려면 클래식과 국악 할 것 없이 모두 알아야 하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이렇게 받은 영감은 피아노 앞에 앉아 떠오르는 것 위주로 멜로디를 정리해요. 주제와 관련된 그림, 영화, 책 등에서 곡의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2016년에는 국악동요 음반 작업을 하면서 국악기만으로 작곡한 곡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우리 악기로 연주하고, 우리 소리로 부르는 것을 국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듣는 국악에는 피아노, 기타, 드럼이 함께 하곤 합니다. 최고의 국악밴드에서나 이름난 국악단체에서도 서양악기를 빼고 우리 음악을 연주하기에는 곤란해져 버린 것이 현재의 상황이죠. 국악동요 음반은 이러한 사실에 주목해 서양악기를 배제하고 자연의 소리를 가진 우리 악기로만 연주한 곡으로 구성한 앨범이에요. 아이들에게 국악의 진정한 멋을 전하기 위해 발매된 앨범이라 할 수 있죠.”
김 작곡가는 오는 9월 전북대 창극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들려줄 신곡, 10월 순천 설화를 바탕으로 기획제작될 무용극 ‘천혜’에 들어갈 곡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자주 작곡발표회를 선보일 계획이다.
“생각만 하던 작곡발표회를 치렀더니 자주 할 수 있겠다 싶어요.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해보니 매년 할 수 있을 것 같죠. 작곡발표회 외에도 작곡집 출간 혹은 앨범 발매 등도 생각해볼까 해요.”
끝으로 그는 누구나 즐겨들을 수 있는 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제 감정을 전달하고 듣는 이가 그것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국악이라는 우리 음악을 통해 우리 것을 잊지 않도록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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