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만들기 나름… 자유로운 음악 계속해야죠”

[남도예술인]바닥프로젝트 보컬 겸 기타리스트 임웅
광주 버스킹 초창기 멤버…‘도드리’·‘모호’ 그룹 활동
‘골방 음악회’ 100회 공연 자부심…지난해 첫 솔로 음반
‘모타모타페스티벌’ 성료 “지속적 열린 축제 꿈꿔”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10월 05일(목) 15:52
(2023 9월 124호=글 김민빈 기자) 어떤 분야든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파면 전문가가 된다고들 말한다. 그는 지금껏 20년이 훌쩍 넘게 기타를 쥐고 노래하고 있으면서도 예술인이라 칭하기엔 민망하다며 스스로를 ‘딴따라’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음악에 책임과 의무감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평생 음악 하나에 삶을 바쳐온 이의 예술적 가치를 누가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 두 발 붙일 수 있는 어디든 무대라고 말하는 유쾌한 싱어송라이터 임웅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광주에서 공연 좀 가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들어봤을 어쿠스틱 밴드 바닥프로젝트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바닥프로젝트는 그를 포함해 우쿨렐레에 김영훈, 피리 및 타악기에 김현무까지 세 명이 음악으로 즐겁게 놀아보자며 만든 팀이다.
9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달 공연을 올려 100회를 채울 수 있는 그룹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지역에서 말이다. 이들은 2010년 10월 1회를 시작으로 2019년 1월까지 ‘골방 음악회’를 꾸준히 펼치며 관객들을 만나왔으니, 광주를 대표하는 대들보 인디 그룹 중 하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팀명 바닥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길바닥, 시장바닥 할 것 없이 어디든 무대 삼아 관객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들과 동료들 사이 ‘웅대장’이란 닉네임으로 불린다는 임씨는 광주 버스킹 초창기 멤버다. 스무 살 때 기타를 처음 잡아봤고, 군대를 제대한 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했다. 이후 포크락 그룹 꼬두메의 막내로 선배들을 따라 다니며 함께 노래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연극에서 주인공의 노래를 대신 부를 기회가 생겼고, 그의 목소리에서 국악적인 색깔을 발견한 선배의 권유로 창작국악단 도드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국악가요를 부르고 베이스를 연주하는 등 퓨전국악 무대 활동을 이어갔으며, 이를 계기로 도드리 멤버 등 동료들과 신시악프로젝트 모호라는 퓨전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직업적인 게 아닌 좀 더 생활 밀착형 성격을 가진 버스킹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금의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결정적인 동력을 얻지 못하던 찰나 2010년 운 좋게 대인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때 멤버들과 함께 공연한 것이 그룹의 시작이 됐다.
이들의 최대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는 ‘골방음악회’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초 막을 내렸다. 어떤 지원도 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장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열어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작업실부터 동명동 카페, 광주극장 영화의집 등 다양한 곳을 무대 삼아 관객들을 만나왔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공연 중단 위기가 딱 한번 있었으나, 고민 끝에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단 이후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공연’, ‘5·18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축하공연’, ‘세월호 참사 100일 공연’ 등 소신있는 무대에 참여했으며, ‘곡성 세계장미축제’,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등 여러 행사 및 상설음악제 ‘오월의노래’, ‘김원중의 달거리’, ‘달빛통맹’, ‘광주평화음악제’ 등 지역 대표 공연들에 빠짐없이 참여해오며 시민들 곁에 함께 해왔다. 또 부산, 대구, 강릉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버스킹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해 그룹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안식년을 선언했다. 골방음악회를 끝내고 쉬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바로 터지면서 언택트 공연을 이어오며 심적으로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공연이 줄어들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죠. 바닥프로젝트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기운을 얻는 팀 특성 상 더 지쳤던 것 같습니다. 오랜 그룹 활동에 멤버 개개인의 음악적 욕구도 있는 상태였구요.”
‘김원중의 달거리’공연에서 바닥프로젝트 멤버들과 노래하는 모습

지난해 10월에는 첫 솔로 정규 음반 ‘히든포레스트’ (Hidden Forest)를 발매했다. 전반적으로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쉼이 부족하죠. 모든 이들의 내면에는 쉴 수 있는 숲이 있는데, 그걸 바쁜 삶에 치여 모른 채 살아가요. 우리 마음속에 숨은 숲을 찾아보자고 노래하는 앨범입니다.”
그런 마음을 담은 곡이 1번 트랙 ‘숨은 숲’이다. 2번 ‘눈이 시리게’와 11번 ‘AD 2050’은 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를 넣어 ‘환경 파괴’에 대한 주제의식을 표현했다.
최근에는 그가 제안한 ‘모타모타 페스티벌’이 지난 8월 1박2일간 대촌동 얼쑤 운동장에서 열렸다. 행사 이름의 모타는 ‘모으다’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모타’와 동력을 발생시키는 ‘모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예술과 일상, 예술인과 일반인 등 모든 경계를 허물고 공연자와 관객들이 다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지향한다.
“광주에 크고 작은 음악축제들이 꽤 있지만, 뭔가 지역뮤지션들은 소외돼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영역을 만들어나가야 할까 생각했고, 뮤지션들이 직접 페스티벌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어선 안 되고, 어느 한 사람이 책임을 짊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킹처럼 공연자는 물론 관객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열린 페스티벌을 원했다.
그렇게 마련된 1회 행사에는 우물안개구리, 문성경, 바닥프로젝트, 달싸비, 김거봉 등 광주전남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합류해 다함께 무대를 꾸몄다.
동료들과 그룹활동을 쉬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니 공연 기회가 전보다 줄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 온 베테랑이지만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 무대 기회가 없어서 답답하고 전보다 감각이 떨어지진 않을까 두려움도 쌓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광주는 음악하기 참 괜찮은 곳이라고 말하는 그다. 마음만 먹으면 무대는 만들기 나름이란다.
“누구는 광주에서 음악하는 게 힘들다고 얘기하겠지만, 어디에서 하던지 유명하지 않은 음악인이 힘든 점은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지방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영역이 있어 좋은 점도 있죠. 어느 날 늦은 밤에 혼자 기타를 치며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사람을 만난다면 저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제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에게 박수와 응원의 말을 건네보면 어떨까요. 아마 저는 눈물나게 고마울 것 같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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