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송이의 수국, 전남의 미래를 피우다 [전남농업이야기] 유웅 전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소 연구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6년 01월 02일(금) 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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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종묘 의존과 냉·난방비 부담, 낮은 보급률로 위축된 국내 화훼 산업 속에서도 전남은 오랜 시간 자신만의 길을 찾아왔다. 그 중심에 ‘수국’이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기관 최초로 국산 수국 품종을 개발하며 화훼 국산화의 물꼬를 텄고, 이제 그 연구는 단순한 품종 개량을 넘어 ‘치유농업’과 ‘문화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넓은 재배 여건을 강점으로 절화(꽃다발이나 꽃꽂이. 꽃병 등에 사용되는 꽃)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 전남은, 일본으로의 수출과 국내 정원 문화 확산을 통해 새로운 화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유웅 연구사는 수국 신품종 육성과 치유농업 융합 연구를 맡고 있다. 그는 실험실보다 현장을 먼저 떠올리는 연구자다.
‘꽃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농업이 문화를 만든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 전남 화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유 연구사의 일상과 전남 화훼 산업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 봤다.
전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소의 온실에는 분홍과 푸른 빛의 수국이 가지런히 피어 있다.
국산 품종 개발을 이끌고 있는 유 연구사는 매일 새벽 그 꽃들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온도와 습도, 잎의 색과 줄기의 굵기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일은 그에게 실험이자 일상이다. 화려한 꽃잎 뒤에는 오랜 시간의 관찰과 시행착오가 쌓여 있다.
유 연구사가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건 언제나 ‘현장’이다. 그는 일반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부모의 화훼농장을 도우며 농업의 현실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생산비 부담, 수입 종묘 의존, 불안정한 판로 등 농가의 어려움을 지켜본 그는 기술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이후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에서 전문 지식을 쌓고, 농촌진흥청 실습을 통해 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책상 위의 농업이 아니라, 땅 위의 농업을 알아야 진짜 기술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화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온화한 기후와 긴 일조시간, 비교적 낮은 난방비 덕분에 절화류와 관상수 재배에 유리하다.
하지만 산업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화훼는 식량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보호를 받기 어렵고, 수입 종묘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매년 해외 종묘회사에 지불되는 로열티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 국산 품종 개발에 몰두했다. “국산 품종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그의 말에는 현장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주목한 건 ‘수국’이었다.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수국은 절화와 정원용 모두 활용도가 높아, 국내 화훼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전남농업기술원은 2018년 ‘핑크아리’와 ‘그린아리’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국산 수국 품종을 육성했다. 이후 ‘모닝스타’, ‘화이트아리’, ‘핑크유’, ‘썸머스타’로 이어지는 신품종은 색상 안정성과 내병성, 개화 균일성에서 세계 품종과 견줄 만큼 성장했다.
진한 핑크빛을 띤 ‘핑크유’는 대형 화경과 균일한 개화가 강점이며, ‘썸머스타’는 맑은 청색 절화로 수출 시장에(왼쪽부터) 서울식물원 전남도 육성 수국 전시. 수국 포토데이.서 주목받고 있다. 전남도는 이 품종들을 중심으로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입 대체 효과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식물원에서 매년 열리는 ‘낭만수국전’은 전남 개발 품종을 시민에게 선보이는 대표 무대다. 관람객 반응은 다음 연구의 지표가 된다. 색상 선호도나 개화 형태에 대한 데이터는 이후 품종 개량에 활용된다.
유 연구사는 “전시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며, “연구실의 결과가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바로 현장 연구”라고 말한다.
이처럼 연구와 소비자의 접점이 가까워지면서, 수국은 산업을 넘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수국 정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신안 도초도의 수국길, 보성 윤제림, 진도 운림산림욕장 등은 수국을 주제로 한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보성 윤제림과 운림산림욕장은 전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품종으로 꾸며져 있다. SNS를 중심으로 ‘수국 포토존’이 일상 콘텐츠로 자리하며, 지역 축제와 관광상품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수국이 단순한 절화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로 발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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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수출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전국 절화 수국 재배 면적 중 33%가 전남에 집중돼 있으며, 강진은 2009년 일본으로 첫 시범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대일 수출 비중은 99%에 달한다. 그러나 수출 확대를 위해선 품질 유지가 핵심 과제다.
유 연구사는 절화의 수명 연장, 해충 방제, 저온 유통 기술 표준화 등 수출 후 관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재배보다 더 중요한 건 수확 이후의 관리입니다. 절화의 신선도와 품질이 수출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의 설명처럼, 기술의 중심은 ‘생산’에서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그는 연구의 폭을 치유농업으로 넓히고 있다.
수국을 활용한 심리·정서 치유 프로그램 개발과 요양시설·학교·복지관과의 연계를 추진하며, 화훼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중이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꽃을 재배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공동체 공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전남도 역시 수국을 핵심 작목으로 지정해 치유농업 인증제와 정원문화 확산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도 중요한 과제다. 고온·습해에 강하고, 색상이 쉽게 바래지 않는 수국 품종 개발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유 연구사는 절화 수명 연장과 스마트농업 기반의 자동제어 시스템, 개화 예측 모델 등을 연구하며 농가의 노동 부담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남이 추진하는 ‘스마트 화훼단지’ 조성과 맞물려, 이러한 연구는 지역 화훼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그의 연구는 단순한 품종 육성을 넘어, 농업의 구조를 바꾸는 시도에 가깝다.
수국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화훼를 지역문화와 관광, 복지 산업으로 연결하는 일. 그것이 유웅 연구사가 그리고 있는 전남 화훼 산업의 미래다.
유 연구사는 “국산 수국은 전남이 만든 새로운 꽃 문화의 시작점”이라며 “꽃이 사람의 일상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의 완성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산 수국을 중심으로 전남 화훼 산업이 새로운 꽃 소비 문화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26.10.24 (토) 1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