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는 농산물의 얼굴, 품질 표준화로 물류 효율”

[전남 농산물 포장지 내손안에] 허영우 나주농협조합장
광주·전남 농협 123곳 출자 참여…전국 유일
농업용 골판지·쌀지대 등 연간 3000만매 생산
농자재 가격 안정 도모·농가 소득증대 기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6년 01월 02일(금) 11:42
(2025년 11월 통권 150호=이승홍 기자) 지난 1994년 7월 광주·전남 123개 지역농협이 힘을 모아 만든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
업소’가 농업용 포장재의 공동생산 모델로 자리 잡았다. 설립 초기에는 단순히 농산물 포장용 상자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할은 훨씬 커졌다. 농협 브랜드 통일화, 공동구매를 통한 단가 안정, 원지 확보 경쟁력 강화, 시장 질서의 유지까지 맡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기본 인프라라 할 수 있는 포장재 생산을 개별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공동출자와 공동운영을 통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30년 넘게 운영하는 동안 수익성은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농가 부담을 낮추고 표준화된 출하체계를 구축한 ‘협동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사업소 관리농협인 나주농협 허영우 조합장은 “포장재는 단순한 상자가 아니다”며 “소비자가 처음 만나는 농산물의 얼굴이다”고 말한다. 농협의 공익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허 조합장을 만나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는 어떤 계기로 설립됐나.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는 123개 지역농협이 50억원을 출자한 공동사업 방식으로 나주농협이 관리하고 있다. 농산물 출하용 포장재를 공동 제작·공급함으로써 조합원 부담을 줄이고, 농협의 유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다. 기존에는 각 농축협이 개별적으로 포장재를 발주하다 보니 단가가 높고 품질 차이도 컸다. 특히 조합마다 박스 디자인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가 ‘어디 농산물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지역농협들이 공동사업으로 참여해 통합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표준화와 규모의 경
제를 실현하고자 했다. 사업소 설립 이후 통일된 품질과 디자인으로 전남농협의 정체성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

사업소에서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가.
주력 제품은 농업용 골판지상자와 쌀 지대(포대)다. 농협 조합원이 직접 출하하는 쌀, 배추, 과일, 감귤, 딸기 등 각 품목의 특성에 맞게 포장규격을 맞춤 생산한다. 맞춤형 포장재를 대량생산함으로써 개별 조합의 부담을 줄이고 표준화된 출하체계를 지원한다. 특히 농협 계통사업 특유의 ‘공동구매-공동생산’ 구조 덕분에 원지 확보와 단가 경쟁력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하루 골판지 상자 6만매, 지대 3만매 등 총 9만매, 연간으로는 3000만매 규모를 처리할 수 있다. 생산 공정은 수주·디자인 개발→원단 생산→인쇄→가공·출하 순으로 이어진다. 농협별 주문에 맞춰 수지를 확정하고, 원지 재단과 인쇄·봉함·철작업까지 일괄 처리된다. 이를 통해 각 조합은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포장재를 공급받는다.

포장재 품질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농협 자체 품질기준에 따라 원자재 입고부터 인쇄·접착·출고 전 단계까지 엄격한 검사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쇄 품질과 내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최신 설비를 도입했고, 정기적인 품질평가와 디자인 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한 박스라도 인쇄가 흐리거나 접착이 불량하면 납품이 거절된다. 농협 이름이 찍혀 나가는 만큼 품질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사업소 설립 이후 성과는.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는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농협의 ‘협동’ 철학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개별 농협이 각자 포장재를 발주하면 단가가 들쭉날쭉해지지만, 공동생산 체계를 통해 품질과 가격을 통일함으로써 시장 질서도 안정시킨다. 또한 지역 중소 농협들이 포장재 확보에 들이는 행정 부담을 덜어주고, 납품 기한과 품질 관리도 일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따라 친환경 포장재 전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사업소는 플라스틱 필름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포장재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생분해성 소재와 수성잉크 인쇄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전남 지
역 농산물이 ‘환경친화적 포장’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에서 원단 생산을 위한 원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업소 수익성은 어떤가.
외형적 성과와 달리 수익성은 녹록지 않다. 사업소 매출은 2022년 131억원에서 2024년 107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 비중은 여전히 95%를 넘었다. 국제 원지 가격 상승과 물류비, 전기요금 인상 등이 겹친 탓이다. 그 결과 영업손익은 2023년 3억9000만원, 2024년 3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자 및 배당금 수익 등 영업외수익이 일정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포장재 가격 급등과 경기 둔화 속에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다 보니 수익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사업소의 존재 목적이 ‘농가 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 운영의 의미가 훨씬 크다. 사업소는 설립 이후 2010년까지 누적 8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2011년 이후에는 적자 누적으로 배당이 중단됐다. 그럼에도 참여 농협들의 이용 비율은 2024년 기준 84%에 달한다. 대부분의 지역농협이 여전히 공동공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소 운영이 지역농협과 조합원에게 주는 실질적 혜택은 무엇인가?
조합원은 안정적인 단가와 품질로 농산물 출하에 집중할 수 있고, 지역농협은 구매 및 재고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공동구매를 통한 수익이 다시 지역 농업지원사업 재원으로 환류되어 지역상생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포장재를 농가에 가가호호 직접 배달하는 물류체계를 구축해 농민들의 편의를 더하고 있다.

향후 운영 방향은?
앞으로는 단순 포장재 생산을 넘어, 디자인·마케팅까지 아우르는 농산물 브랜드 패키징 허브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농협 필름공장, 미곡종합처리장(RPC), 조합공동사업법인 등과 연계해 통합 유통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남농협이 전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포장재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포장재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농산물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브랜드의 얼굴이다. 표준화된 포장재 공급은 단순히 박스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농산물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함께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전남농협 포장재 가공사업소가 지역 농산물의 품격을 높이고, 조합원 소득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현장형 사업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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